“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위대한 스승 중 한 분인 율곡 선생의 삶의 자세와 철학을 담아 낸 인문서이자, 그와 함께 살아간 16세기 다양한 인물들의 문장과 삶을 곳곳에 찾아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역사서다.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 아홉 번 장원급제를 한 사람)'이라 불린 조선을 대표하는 대표적 천재이자 사후 문묘에 배향될 정도로 존경받았던 조선 최고의 지성인 이었던 율곡 이이의 인간적인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평생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 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학자인 동시에 현실의 한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개혁 정치를 꿈꿨던 실천적 이성의 면모를 모두 지닌 율곡선생이 평생 삶의 지표로 삼았던 『자경문』을 중심으로 그가 말하는 ‘인문 정신’이 무엇인지 ‘사람다움의 길’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입지(立志)”에 대한 주제로 큰 뜻을 세우는 것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그 실천의 도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제2장은 “치언(治言)”에 대한 주제로 말을 다스리는 방법을 전하면서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책임지고, 실천해 나가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되새겨 보고 있다. 제3장은 “정심(定心)”이란 주제로 마음의 실체를 살피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스려 안정시키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제4장은 “근독(謹獨)”이란 주제로 뜻을 한결같이 지켜 나가고자 애쓴 옛사람의 지혜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제5장은 “공부(工夫)”에 대한 주제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평생 배우고 익히고 생각하여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드는 진정한 공부의 방법과 자세를 다루고 있다. 제6장은 “진성(盡誠)”에 대한 주제로 뜻을 지켜내기 위한 집념과 열정 그리고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제7장은 “정의(正義)”에 대한 주제로 사람이 지켜야 할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인문학(人文學)’을 중시하고 공부하는 까닭은 ‘인간의 학문’이라는 말 그대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다. 사실 인문학의 본령(本領)은 단순히 지식을 추구하고 탐구하는 것에 있지 않다. 인문학이란 곧 인간다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며, 자신을 포함한 인간과 사회와 세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성찰하는, 나아가 그 모두를 변화시키고 혁신하는 데 진정한 뜻을 둔 학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판과 성찰과 변화와 혁신의 좌표와 방향이 있어야 한다. ‘사람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의문은 바로 이러한 좌표와 방향을 잡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제일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 머리말_왜 지금 율곡 인문학인가?> 중에서

낡은 습관을 과감하고 용감하게 끊어 내지 못하는 입지란 ‘모래 위에 지은 누각’의 신세와 같다. 율곡이 입지와 더불어 혁구습을 강조한 진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뜻을 세우되 자신의 몸과 정신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나쁜 기질과 품성 그리고 낡은 습관과 잘못된 버릇을 고치거나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스스로 세운 바로 그 뜻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는 의미다. - <혁파구습(革罷舊習); 낡은 습관을 혁파하라_첫 마음을 기억하라> 중에서

현명한 사람의 입은 마음속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 안에 있다고 했다. 현명한 사람은 그 뜻이 깊고 넓어 말보다는 자기성찰과 행동으로 표현하지만, 어리석은 자는 말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포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말을 멈추지 못한다. 문제는 그 말들이 오해와 분쟁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입을 열면 침묵보다 뛰어난 것을 말하라. 그렇지 못할 거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 말에 대한 율곡의 생각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격언이다. - <신언구언(愼言懼言); 말을 삼가고 두려워하라_현명한 사람의 입과 어리석은 사람의 입> 중에서

마음은 내 몸의 주인인데, 이 마음이 한순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 안에서 빠져나가 버리면 물질적 욕망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몸에는 주인이 없어진다. 결국 몸이 행하는 모든 일에서 기강이 사라져 자기 몸이 어디에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 만큼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율곡은 마음공부를 그 어떤 배움보다 먼저 이루어야 한다고 믿었다. 제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배움을 이뤄 도를 행하고 장차 벼슬길에 올라 백성을 다스리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히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선찰오심(先察吾心); 마음을 먼저 다스려라> 중에서

다시 말하자면,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도 않는 것이야말로 근독과 극기의 요점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예이고 무엇이 예가 아닌지를 구별해 실천하려면, 인간의 선한 본성을 깊이 탐구하는 한편으로 스스로를 살피고 또 살펴서 행동해야만 한다. 그것은 율곡이 선조에게 올린 ‘군왕이 갖추어야 할 참다운 자질’ 중 하나이기도 했다. - <군위근독(君爲謹獨); 리더로서 근독의 본보기가 되어라_스스로를 살피고 또 살펴라> 중에서

역사서만큼 인간사를 잘 보여 주는 책은 없다. 역사서에 쓰여 있는 성공과 실패의 사례 속에는 성공과 실패를 둘러싼 사람들의 판단과 결정 혹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도한 성공한 자라고 해서 늘 옳은 것만은 아니며 실패한 자에게서도 배울 점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도 알려 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을 미루어 생각하여 앞날을 대비하는 자세다.

율곡이 당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대혼란(임진왜란)의 징후를 감지하고 방비책을 서둘러 강구한 바탕에는 역사서 읽기를 통한 현실 진단과 미래 예측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순환숙독(循環熟讀); 순서와 절차에 따라 독서하라_역사서는 꼭 읽어라> 중에서

진정한 친구는 일면 부모와 같이 의지할 수 있고, 형제와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며 스승과 같이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다.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자기 자신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사람다움의 도리’가 있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가 되려고 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의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친구로 사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사람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런 사사로운 욕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 <전력어인(全力於人); 사람을 정성껏 대하라_진심으로 친구를 대하라>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은 율곡선생이 스무 살 무렵 지어 평생의 좌우명처럼 삼았던 『자경문(自警文)』을 중심으로, 그가 평생 공부하고 실천했던 삶을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 정신’이 무엇인지, 마땅히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의 길’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스스로 깨우치고 경계하는 글’인 『자경문』은 열한 개의 선언문으로 구성된 짤막한 글이지만, 거기에는 율곡선생의 ‘사람다움’에 대한 철학과 실천적 삶의 자세, 즉 ‘율곡 인문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율곡선생은 뛰어난 학문적 깊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모순을 극복하는 지혜와 살아가는 데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많이 남겨 주었다. 특히 율곡 선생의 말과 글, 그리고 삶을 통해 인문학이 추구해야 할 길인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사람답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과 질문을 통해 인문학 공부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실천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벼슬에서 물러난 이후의 율곡선생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바로 직접 대장간을 꾸리고 호미 등 농기구를 팔아 생계를 이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찍이 “사람다움이란 배워서 깨닫고 실천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던 자신의 말과 철학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참다운 선비이자 스승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율곡선생의 삶은 ‘인문정신’과 ‘사람다움의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냉철하게 성찰해 보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