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조계산(曹溪山)에도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했으니, 겨울의 북풍한설(北風寒雪)이 제법 이 노옹(老翁)의 살갗을 차갑게 했었습니다. 이제 무우전(無憂殿) 앞마당 매화(梅花)가지에 꽃이 피니 드디어 봄이 오는 전령(傳令)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동안거 해제 법문은 조주 고불의 지도무난(至道無難)의 활구법문(活句法門)을 한번 점검하면서 지난 3개월간 칠전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한 납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조주스님께서 “건곤착(乾坤窄)하고 일월성신일시흑(日月星辰一時黑)이라 직요봉여우점(直饒棒如雨點)하고 할사뇌분(喝似雷奔)이라도 야미당득향상종승중사(也未當得向上宗乘中事)니라(하늘과 땅마저 비좁고 일월성신도 일시적으로 빛을 잃는다. 봉(棒)을 빗발치듯 내리치고 할(喝)을 천둥 울리듯 내뱉더라도 선의 핵심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일찍이 설파하셨습니다.

도(道) 깨치기는 세수하다가 코 만지는 것보다 더 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주스님은 “도에 이르는 데는 어렵지 않은데, 다만 유혐간택(唯嫌揀擇)이라, 간택하는 마음만이 허물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해제하고 산문을 나선다고 해서 화두를 놓는 것은 아닙니다. 본분납자에게는 결제 해제가 따로 없습니다. 1년 365일이 바로 결제일이요, 해제일이니 시은을 받는 수좌들은 항상 겸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나치다가 하찮은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만물함령(萬物含靈)이라, 불성(佛性)이 있으니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합시다.

태고법손(太古法孫)들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단절하고 종승선양(宗乘宣揚)에 매진하는 해가 되어서 불이성(不二城)에 화합의 웃음소리가 진동하기를 노옹(老翁)은 조계산 근심 없는 집에서 제불보살께 합장삼배(合掌三拜) 합니다.

불기 2562(2018)년 동안거 해제일에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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