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한국 사람을 ‘일벌레’라고 한다. 좋게 보자면 이 호칭은 과제에 대한 집착력이 강하고 해결을 잘 한다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일을 해내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다른 많은 것들을 희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희생되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과의 관계다.

수많은 문제에 착목-눈을 붙인다는 뜻이다.-하고 몰두하다 보면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종종 놓치기 쉽다. 당면한 문제들이 사람을 가두는 감옥 구실을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가끔씩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멀리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더 큰 세계를 꿈꿔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바탕이 된 것일까. 요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낱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빅(Big)’이라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란 책에서 ‘빅 히스토리(Big History)’란 개념을 접한 것도 한 이유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빅(Big)’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용어들이 넘쳐난다. 빅 히스토리(Big History), 빅 퀘스쳔(Big Question), 빅 픽처(Big Picture), 빅 씽크(Big Think), 빅 데이터(Big Data) 등이다.

대체적으로 이 용어들은 더 큰 스케일에서 문제를 다루고,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현상을 조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빅 히스토리는 한 국가의 역사나 민족사를 넘어 인류사, 더 나아가서는 빅뱅부터 현대 인류 사회까지 다루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논의 속에서 주로 등장하는 빅 데이터는 최소한 기가 바이트의 1000배의 1000배에 해당하는 페타 바이트를 넘어서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와 관련된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사람들이 갑자기 ‘빅(Big)’과 결합된 새로운 말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느냐는 것이다. 구체적이고 긴급한 수많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왜 한 걸음 물러나 더 큰 차원의 세계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되, 아마도 일상 세계의 복잡과 혼란, 불편 문제를 더 큰 차원에서 살펴본다면 새로운 패턴이나 규칙성 또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주사 또는 인류사의 지평 속에서 자신을 살펴 본다는 것, 존재와 삶과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큰 질문 속에서 자신을 세운다는 것, 자신이 살아갈 삶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실로 중요한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큰 차원의 전략적 사고를 펼친다는 것, 대규모의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수능을 마치고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그렇지만 미래를 향해 교육의 새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들도 ‘빅(Big)’이 포함된 개념들을 한 번 살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빅(Big)’이 단순히 부피나 양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이며 규칙이고 의미인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더듬으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일은 쉽고 간단하지 않다. 혼란스럽기까지 한 현실 속에서 개혁의 길을 만들어 가는 일도 그렇다.

그러나 문제가 크고 복잡할수록, 장기적인 것일수록 조망하는 시야가 중요하다. 대국적인 고찰과 숙고 속에서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다.

태산에 오른 공자가 천하를 내려다 보듯이, 뱁새가 모르는 창공을 붕새가 날개짓 하듯이 크게 보고 멀리 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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