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의 원로 시인 장지성 씨의 네 번째 시조집 『외딴 과수원』이 ‘詩와 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장지성 시인은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시, 1969년 『시조문학』에 시조로 등단한 이후 향리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꾸준한 시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태풍도 닿지 않는 내륙 그 깊은 산골

낮닭이 홰를 치며 고요를 일깨우는

밭 따라 자리한 산촌散村, 포란하는 세월이여.

세상과 탯줄 잇는 앞 개울 다리 하나

봄 오면 맞이하고 가을엔 전송하며

계절의 관문을 지켜 문지기로 서 있는가.

얼마나 경작해야 만석 곳간 채울 건가

나이테 한 해 두 해 몸 불린 과목果木들이

이제 막 알에서 깨친 아침 해를 보듬네.

―「외딴 과수원」 전문

이번 시조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외딴 과수원」은 장지성 시인의 구체적 노동을 통해 “우주와 교신하면서 수화手話하고 있는”(「겨울 과수원」) 과수원 풍경을 담고 있다. 태풍도 비켜가는 “내륙도 그 깊은 산골”에서 장지성 시인은 “고요를 일깨우는/밭 따라 자리한 산촌散村”에서 자연의 ‘문지기’로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세상과 탯줄 잇는 앞 개울 다리 하나/봄 오면 맞이하고 가을엔 전송”하는 시간을 누리면서, “나이테 한 해 두 해 몸 불린 과목果木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침 해를 바라볼 때의 싱그러움과 노동의 고단함이 결속해 있는 형상이야말로, ‘시인 장지성’ 뿐만 아니라 ‘농부 장지성’의 형상을 가장 아름답고도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장지성 시인은 사과 농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시가 있기에 오늘이 고단하지 않고 시조집을 펴낼 수 있기에 오늘이 기쁘다”면서 이번 시조집 『외단 과수원』를 펴낸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이번 장지성 시조집의 특징을 “진솔한 존재론적 탐색과 절절한 사랑의 시학에서 발원하고 완성되어간다” 전제하면서 “장시성 시조집을 통해 깊은 존재론적 사유와 함께, 사랑의 에너지를 통한 심원한 형상을 경험하게 된다” 평가하고 있다.

* 장지성 시인 약력

1945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시, 1967년 공보부 주최 제6회 신인예술상 문학 부문 소설 특상 수상, 1969년 『시조문학』에 시조로 등단하였다.

시조집 『풍설기』, 『겨울 평전』, 『꽃 진 자리』와 시집 『제목을 팽개쳐 버린 시』가 있다. 1987년 제7회 정운시조문학상, 2005년 제6회 월하시조문학상, 2011년 시조시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향리에서 장시인네사과밭(applenara.kr)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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