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경복궁 서측에 위치한 ‘홍건익 가옥’과 북촌 ‘배렴 가옥’ 역사가옥 개관을 맞아 전시회를 각각 26일, 29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북촌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멸실 위기에 있는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서울시가 매입하여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한 ‘서울 공공한옥’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 한옥인 역사가옥 2개소(종로구 필운동 소재 '홍건익 가옥', 종로구 계동 소재 '배렴 가옥')는 현재 (재)아름지기에서 위탁 운영을 맡아 홍건익 가옥은 지난 5월부터, 배렴 가옥은 7월부터 시민에게 개방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되는 두 역사가옥의 개관 기념전시는 각 가옥의 성격과 지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기획 전시로, 각 가옥의 본격적인 운영을 알리기 위해 진행된다.

종로구 필운동에 위치한 '홍건익 가옥'에서는 26일(화)부터 ‘역관의 방’이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열린다. '홍건익 가옥'이 위치한 경복궁 서측 지역이 가진 역사·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이 지역에 주로 거주했던 중인 계급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명한다.

필운동 '홍건익가옥'이 위치한 경복궁 서측 지역은 고려시대 행궁이 지어지면서 역사에 등장해 조선 초기 왕족, 중기 사대부, 후기 중인과 서민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계층이 거주했던 곳이다. 특히 이 지역에는 문인과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으며 현재까지도 그 흔적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 예로부터 이어져온 문화예술의 정취와 고유한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

'홍건익가옥'은 1936년 건립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19세기에 ‘역관’으로 활동했던 ‘고영주’와 그 형제들이 거주한 집터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중인 계급 ‘역관’은 고려·조선시대에 통역과 번역에 관련된 일을 담당했던 관직이다. 외국어는 당시 역관들에게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견문과 인맥을 넓힐 수 있는 발전적인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고영주의 조카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역관이기도 했던 고희동이라는 사실은 당시 외국 문물을 먼저 접하고 교류할 수 있었던 환경이 근대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미친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홍건익 가옥'의 사랑채는 다양한 사료와 기록에 바탕을 둔 ‘역관의 방’으로 재구성하여 고영주와 그 형제들을 비롯하여 역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사신행렬도를 통해 사신단의 규모와 역관의 복식을 알아보고, 세계지도에 표시된 보빙사의 경로를 따라 ‘역관’의 세계여행을 추적해본다. 또, 고려와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기관인 사역원의 체계적인 외국어 교육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역관들이 외국어를 공부했던 교재 등이 함께 전시된다.

'홍건익 가옥'의 기획전시 기간 중에는 전시 연계 강연도 진행된다. 10월 20일(금) 허경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고영주의 형제들>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강연을 통해 역관과 관련한 조선시대 후기 역사를 알아보는 강좌가 준비되어 있다.

한편, '홍건익 가옥'은 경복궁 서측 지역의 주민 커뮤니티 거점으로지역 수요와 주민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지역의 공공재로써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안채는 언제나 열려 있어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다양한 강연 및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안채 내 건넌방은 대관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후원과 어우러진 별채는 서촌의 역사와 이 지역에 살았던 문학가, 예술가들의 기록 및 저서, 한옥 관련 도서, 어린이도서 등을 자유롭게 열람 가능한 공간으로, 한옥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이어,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배렴 가옥'에서는 29일(금) 부터 <제당과 배렴가옥>展이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당 배렴이 계동 가옥에 거주할 당시의 일화들을 바탕으로 한 아카이브와 그의 수묵산수화 대표작을 소개한다.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그림을 그리던 사랑방이 재구성되고, 당시의 사진, 단행본, 리플릿 등의 기록물을 만나볼 수 있다.

계동 '배렴가옥'은 등록문화재 제85호로 제당 배렴이 생애 말년을 보낸 곳이다. 우리나라 전통 회화를 재조명하는 전시관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세미나실, 1950년대 북촌에 위치한 근대한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배렴의 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당 배렴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이자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인물로, 청전 이상범 이후 또 다른 한국 산수의 전형을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인물이다.

또, 제당 배렴의 작품을 조선시대 문인처럼 ‘와유’하며 감상해보는 특색있는 체험도 마련한다. ‘와유(臥遊)’란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명승고적을 그린 그림을 집안에서 누워 감상하며 즐김을 비유한 말이다.

'배렴가옥'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배렴과 교류했던 당대의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서구 문물을 수용해 새로운 화폭을 모색했던 당대의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전통 회화의 정신과 표현 방식을 재해석한 다양한 현대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역사가옥 2개소의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홍건익 가옥(☎ 02-735-1374)과 배렴 가옥(☎ 02-765-1375)으로 문의하거나 서울한옥포털(http://hanok.seoul.go.kr)을 참고하면 된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역사가옥의 정식 운영을 알리는 이번 기획전시를 시작으로 건축물과 관련된 역사·인문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문화 콘텐츠 활용을 통해 서울시 건축자산으로서의 보전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