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룡정 연꽃소리'

 

 

 

[불교공뉴스-문화]7월 14일 오후, 만개한 연꽃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들었다. 연꽃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남지 부여읍에서 남쪽으로 1km쯤 떨어진 동남리에 위치한 궁남지는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궁남지는 연못 중에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으로서, 무왕 아들 의자왕이 궁녀들과 함께 풍류를 즐겼다는 전설도 있다.

연못에는 섬과 정자가 있으며 물위에 구름다리가 걸려있고, 못 둘레에는 버드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의자왕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인근에 위치한 금성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영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평야 한가운데 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의 이름을 포룡정이다. 이곳에는 서동의 어머니에 관한 전설이 있다.

서동의 어머니는 어스름한 달밤 잠을 못 이루고 연못으로 산책을 했다. 그때 갑자기 못에서 물결이 일더니 용이 나타났다. 그 후 태기를 느낀 여인은 열 달 뒤 한 아이를 낳았는데 이가 바로 서동이었고, 선화공주와 사랑을 맺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언약식을 하거나 고백을 하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미천한 신분이었던 서동은 연꽃 향기로 되살아나 선화공주의 마음을 샀고, 그 둘의 마음은 변치 않고 백년가약을 맺었으니. 궁남지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고백의 장소요, 언약의 장소인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연꽃 밭을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연인들의 모습으로 보였던 것도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결코 궁남지는 버려진 장소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너무나 버려진 연꽃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고독의 연꽃, 홀로 피었다가 홀로 죽어가는 고독사가 이미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다. 연꽃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연잎에 그물망처럼 얽히고설킨 인연은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 마치 인간의 인체를 나타낸 유전체 지도와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얽히고설킨 인연들, 끝내 모든 것을 놓고 비워 내야하는 현실...... 어쩌면 비참할 수도, 아니 홀가분할 수도, 아니 삶이란 종당에는 모두가 공평한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끄덕 일인가. 아, 한숨이 나온다. 이것도 부질없는 욕심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생들은 연잎에 나 있는 그물망처럼 얽히고설킨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면 홀로 저 만치 떨어져 마치 낙오자가 되어버린 양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밤새,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그 순간, 홀로 꽃을 피우는 궁남지. 서동과 선화공주 사랑이 아직도 피어나고 있는지 오는 7월 26일 ‘포룡정 연꽃소리’ 불을 밝혀 서막을 알린다고 하니, 연꽃 소리와 향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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