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 “오히려 농가 유인 효과로 피해 커질 것” 경고

옥천군 “일부효과 있고, 인근 농경지와 다른 먹이 공급… 포획도 병행”
 

야생 멧돼지 피해지역에 먹이를 줘 농작물피해를 막겠다는 옥천군의 이색처방이 시행 두 달여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 척추동물 1팀은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21일까지 옥천군의 멧돼지 먹이 주기 현장을 모니터링 한 결과, 피해 방지 효과보다 오히려 멧돼지를 농경지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에 옥천군은 보완책을 마련해 멧돼지 먹이주기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동물자원 척추동물팀은 멧돼지 먹이(고구마)를 공급한 옥천지역 야산 2곳에 무인카메라를 설치, 한 달 동안 멧돼지의 출현 빈도와 먹이 섭취량 등을 조사했다.

이 결과 옥천군 동이면 공급지역의 경우 먹이 공급 열흘째 되는 날부터 멧돼지가 나타나기 시작해 1주일 만에 고구마 20㎏을 모두 먹어치웠다. 카메라에 포착된 멧돼지는 모두 5마리다.

그러나 청산면 공급지역은 멧돼지 출현이 1회에 그쳤고, 공급한 먹이에도 거의 입을 대지 않았다. 심지어 이곳과 가까운 고구마 밭이 파헤쳐지는 등 농작물 피해가 오히려 늘었다.

조사를 맡은 동물자원 척추동물팀 한상훈 팀장은 “한 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개체수나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등 유인효과는 입증됐다. 하지만 다른 곳의 멧돼지는 고구마 맛을 본 이후 냄새를 찾아 다른 농작물을 파헤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섣부른 먹이공급은 야생동물의 입맛을 자극해 농작물 피해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팀장은 “과학적으로 효과를 분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먹이를 대주는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옥천군의 실험은 참신한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40여만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해조수 및 수렵장 운영으로 한해 4만~4만5000마리 정도 포획되지만 이 수치는 번식능력과 비례할 때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상훈 팀장은 “야생동물 피해예방으로 일부 지자체들은 유해조수 구제단 등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일단 피해를 본 이후 신고가 들어와야만 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출몰지역에 포획틀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해마다 늘어나는 야생동물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출몰지역 야산 등지에 고구마·당근 등의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미리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여 민가 주변이나 농경지까지 내려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시도다.

군은 먹이를 공급한 이후 주변 농작물 피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산속 먹잇감이 충분하다면 굳이 멧돼지가 인간과 충돌할 이유가 없다”며 “실험단계지만, 먹이를 공급한 뒤 주변 농경지에 침입하는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고 주장했다.

군은 국립생물자원관의 의견을 감안해 더 깊은 산 속으로 멧돼지를 유인하는 것으로 방법을 보완, 당분간 먹이주기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학습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먹이를 신중히 선택하고, 주변 농경지 포획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천지역 멧돼지 포획량은 2014년 120마리, 2015년 241마리, 작년 275마리로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40건(4만2575㎡)이던 농작물 피해 보상 역시 2015년 37건(5만3129㎡), 지난해 104건(9만4974㎡)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