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충북 옥천에 ‘참숯 삼겹살’과 ‘구찌뽕 토종백숙’을 잘한다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건물 지붕 위에 올라앉은 항아리가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우리 일행을 반겼다.
건물 내벽은 황토 흙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따뜻하고 온화한 빛이 가득했다.

일단 분위기는 정갈하고, 아담했다. 정원 구석구석에는 상추와 고추 등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었고, 넓은 주차장은 가족단위의 손님이 와도 불편함이 전혀 없어보였다.
주문한 참숯삼겹살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느 삼겹살집처럼 밑반찬과 야채샐러드가 나오고 김치 종류가 차려졌다.

그런데, 고기를 굽는 숯이 여느 집과 다른 참숯이었다. 삼겹살을 참나무 엑기스에 담가 일정기간 숙정을 했다는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옻칠을 한 참나무에 얌전하게 담겨져 나온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갔고, 함께 간 일행들은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 고기의 육질을 음미할 사이도 없이 꿀꺽꿀꺽 삼켰다.

김춘희(52세)주인장의 말대로 정성이 담겨진 밥상이라는 생각이 들였다. 손님을 끌기 위한 얄팍한 상술은 분명 아닌 듯싶었다. 밥상 위의 야채는 대부분 텃밭에서 기른 것들이랬다.
밑반찬은 주인장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다. 슬슬 궁금증이 일어나 주인장에게 음식에 관한 이야기 봇다리를 풀게 했다.

주인장은 젊은 날에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수 십 년 동안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 음악가였다. 그러니까, 음식업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3년 전, 교직에 있는 남편의 권유로 전원생활을 하면서 작은 식당을 운영해보자고 꼬드기는 바람에 생각 없이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도 싶었다고 했다. 주방장과 직원들과의 교감이 잘 안되었으며,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던 탓도 있었지만, 식당을 경영하려면 주인이 음식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꿰고 있어야했던 것이다.

주인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배워갔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마음을 비워갔다. 이제 한번 왔다간 손님들이 또 다시 찾아오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지역의 독거노인과 불우청소년들의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한단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수입의 일부를 지역을 위해 환원하니까, 마음이 행복하단다.

주인장의 경영철학은 한걸음부터 천천히 봉사활동을 해가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교직에 있는 남편이 퇴직하면 함께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주인장이 활짝 웃는다.
다음에 오면 꼭 ‘구찌뽕 토종백숙’을 먹어보라고 음식 소개를 했다.
구찌봉은 항암효과와 혈액순환에 탁월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구찌뽕 토종백숙’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며 명함을 슬그머니 테이블에 갖다 놓는 주인장이 또다시 해사하게 웃는다.
이웃 테이블에서는 ‘구찌뽕 토종백숙’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설설 익어갔다.
화려하게 차려진 밥상은 아니지만 주인장의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받고 보니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죽향리218-4, 석천가든, 043-731-9400, HP 010-4217-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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