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평생교육원 교수

[불교공뉴스-문화] 9일 오후, 대전 도마동에 있는 윤석임 화가의 화실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특별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화가의 전시안내장에서 그림을 보는 순간, 살갗의 전율을 느꼈고, 곧바로 취재를 하기위해 화가와 아는 지인들을 수소문했다.

몇 겹의 윤회를 사람들의 입김을 통해 돌고 돌아, 겨우 화가의 거처를 알아 낸 것이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윤석임 화가의 화실을 들어서는 순간,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붓의 힘들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디에서 그 힘이 나오는 것인지, 잠시 그녀의 그림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화가의 나이가 칠십을 넘었다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젊은 생동감이 그림마다 살아 꿈틀거렸다. 그녀의 그림에는 크고 작은 블랙홀을 숨겨두고 관객들의 영혼을 순식간에 흡입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미술세계’에 이경모 평론가는
‘혜림 윤석임은 전통 채색화를 근간으로 작업해 왔으면서도 이에 못지않은 열정과 기량으로 수묵산수화로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작업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웅혼한 산세의 표현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힘과 활력을 은연중에 드러내는가 하면 자연의 일부를 포착한 화조화에서는 가녀린 피조물의 존재형태와 의미에 대하여 새삼 사유케 한다.’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윤석임 화가의 그림에 나타난 특정한 기법과 그녀만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에 탐방의 근간을 두었다.

윤석임 화가는 그림에 몰입하기 위해 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보통 화가들의 일상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은 화도라는 말로 자신의 그림 작업 시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화도(畵道)! 그림을 통해 도를 닦는 것이다. 점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과 하나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유유자적 자연들과 교감하는 일상이 자신의 그림들이랬다.

다도(茶道)와 서예의 도량으로 알려진 보은정사 신도 회장이란 직함을 그냥 얻은 게 아닌 듯싶었다. 그녀의 모든 그림 세계는 수행자의 삶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십 대 초반에 남편을 잃고 어린 4남매를 홀로 키우면서도 그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시회 도록에 윤석임화가의 딸 최윤주씨는 네명의 자식을 홀로 책임져야했던 그 순간부터 엄마에게 그림은 ‘산소’였고, ‘선(禪)이었고, 네 남매에게 그런 엄마의 모습은 그 자체였다고 썼다. 윤석임 화가에게 그림은 신앙과 같은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홀로 있는 공작 그림은 화가의 개인사적 트라우마에 의해 상처받고 치유되는 반복적인 흐름 때문인지 화가가 가장 애착이 간다며, 그림 앞에서 잠시 멈추고 섰다.
목단과 목련, 노란 장미, 창포, 새 그녀의 화폭에 담긴 소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화폭에 담기는 순간 전혀 다른 것들로 태어나고 있었다. 같은 꽃, 같은 새가 아니었다. 붓 터치 하나 하나에 일정한 리듬이 있었으며, 안개처럼 피어오른 여백의 효과는 관중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는 아찔한 최면 효과를 발휘했다.

평생을 그림을 그리면서도 공명심에 불타 화단의 주목을 받고 싶었다든 지, 화가의 그림 값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전혀 관심 없이 오로지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살아온 윤석임화가.
이제 그녀는 그림을 통해 주변과 자연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줄 차례가 된 것이다.

<전시회 안내>
서울 인사동 ‘공아트 스페이스3F’: 6월 13일(목) 오후 6시 개막식 ~18일까지
대전 흥인갤러리: 6월21일 오후 6시 개막식 ~7월4일까지

<윤석임 화가의 약력>
배재대 평생교육원 교수, 대전충남 초대작가, 대전여성미술가협회 고문이며, 노르망디, 한몽회전, 대전초대전, 시카고 전 등 수십 회의 연합전시회는 물론 대전, 서울, 중국, 파리 등지에서 6회의 개인전을 연 바 있다.이번 전시회는 미술세계 기회초대전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잡지 ‘미술세계’에서 특집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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