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촌 이근태 (보은학림교회 담임목사)

기독교계의 성경사경(寫經)에 대한 새 지평 열어
“사경이란 죽을 때까지 쓸 수밖에 없는 제 평생의 작업입니다. 이조 오백 년사와 근대사 100년을 통틀어 끊어진 600년 사경의 맥을 잇는데 일조할 생각입니다.”

사목과 일상의 생활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사경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이근태(65) 목사는 사경 작업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괴산 출신인 이 목사는 원광 대 김수천 교수의 말을 빌려 이조 오백 년 동안의 인쇄술 발달과 근대사 100년 속에 끊긴 사경의 역사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밝히며 오늘도 소명 속에서 사경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목사는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을 주제로 한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불교 경전인 ‘금강경’을 사경한 작품인 ‘병풍 12폭’의 작품을 인연 맺기로 널리 알려진 대성사 주지 스님인 혜철 스님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그동안 종파를 초월한 갈등해소와 우의를 바탕으로 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결성된 충북종교인사랑방 모임을 통해 우의를 다져온 사이다.

충주문화동성당의 곽동철 신부를 주축으로 한 충북종교인사랑방 모임은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향교 등의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종교인음악회를 비롯 4대강 사업이나 천안함 사건 같은 국가의 현안 등에 대한 논의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단체다.

이 목사는 지난 1986년 보은읍 학림1구에서 양로원을 운영하다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강원도로 이전했으나 실패라는 쓰라린 인생경험을 맛보아야 했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크나 큰 우여곡절을 겪던 중에 한 지인의 권유로 사경에 입문하는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붓을 잡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사경이 내 인생에 행복과 작품에 대한 열의와 역사적인 사명감을 함께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목사는 “사경을 하는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명예나 영화보다 사경을 하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다.”고 감회를 밝힌다.

더구나 충북종교인사랑방 모임 회원이기도 한 김태종(청주 삶터교회)목사와는 사경과 관련해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은 사이다.

4년간의 세월 속에 맺어진 인연 속에 김태종 목사도 붓글씨를 습득하면서 배운 도덕경을 통해 이미 사경 작업에 들어서고 있다.

사경이란 외길을 걷고 있는 이 목사는 한국에서는 독보적으로 서예가가 아닌 사경가로서 이미 모세 5경을 써내는 등 독자적인 작품의 세계를 펼치고 있기도 하다.

기존 사경에는 유교경전, 불교경전 밖에는 없었으나 이 목사는 ‘성경 사경’이란 또 하나의 장르를 여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 목사로부터 사사 받은 지 4년 된 김태종 목사는 “이근태 목사는 성경 사경을 통해 종교적인 정체성 확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물론 후진 양성으로 끊어진 사경의 맥을 잇는데 최선을 다하는 분.”이라고 설명한다.

이 목사는 “고증을 거쳐 사경의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사경의 역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신앙의 내적인 성숙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사경학회(회장 김시운) 회원인 이 목사는 그동안 국내외 회원 전 수십 회와 개인전 3회도 가진 바 있다.

‘그 사랑을 되새기고 아픔을 녹여가며 그 분의 말씀을 한 글자 한 글자씩 가슴에 새기면서 동시에 종이에 옮겨내는 작업인 사경, 그렇게 내 작품들은 아픔이라는 날줄과 그분의 사랑이란 씨줄을 엮어 무늬를 이루었다...’

그의 작품에는 작가로서 절대자의 사랑에 바치는 삶의 꽃, 그렇게 작품 하나하나에 삶 자체가 녹아들어 하나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운곡 김동연 선생 사사를 받았으며 해동연서회, 청주미협, 한국미협, 충북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한예수교 장로회 학림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학림교회 문화교실 서예지도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12~18일까지 7일간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한국전통사경학회 사경전시회를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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