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두 신부님이 나에게 준 선물 중에 가장 큰 선물중 하나는 함께 교정. 교화를 하면서 고민하고 아파하며 느낀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신부님과 식사를 하면서 수용자와의 만남과 이들을 돌보는 데서 오는 어려움, 보람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겪었던 일들과 신부님이 겪었던 일이 같은 일이어서 스님이야기가 신부님이야기가 되고 신부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된다.

신부님이 가톨릭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면서 나올 이야기를 먼저 나에게 건네준 것이 있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와 같은 내용이다.

"신부님! 저 고백성사 보러온 거 아니에요. 그냥 가까이서 신부님 얼굴 한번 뵈려고요"

"그냥 답답해서요."

"저 흙 한번 밟아 보고 싶어요, 맨발로"

"신부님! 저 식당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몸은 힘들어도 시간이 잘 가는 곳에서 있고 싶어요."

"맛있는 크로켓 피자가 먹고 싶어요."

"신부님! 저는 낙인찍힌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용서라는 단어조차 바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제가 사람이겠습니까?"

교도소에 가서 수인들을 보면 긴장이 사라지고 욕심을 버리게 되고 무언가를 주고 싶어진다. 그간 세상사에 찌들어 다툼과 갈등 속에 살았던 모든 짐을 내려놓고 무장해제 하게 된다.

이들과의 대화는 불필요한 싸움을 포기하게 되고, 뭔가 악한 감정을 갖고 있다가도 그것이 부끄럽게 여겨지고, 내안의 미움을 봄눈 녹듯 녹여버리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비록 권태로움을 잊기 위해서 종교 집회에 온 경우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신앙이나 불심으로 스스로 집회에 나온 것도 아니다 하더라도 이들이 교화되는 것 외에 교화사업을 하면서
내가 느끼고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교도소에 들어갈 때 내가 밖에서 지은 죄를 철창 안에 가두고, 교도소에서 나올 때 잠시의 자유를 느끼게 된다. 교도소는 바깥에서 지은 죄를 참회하는 장소요. 나 자신의 나태함과 지루함이 사치로 여겨지고, 가당치 않게 생각하게 되고, 배부른 고민을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곳이다.

그래서 교도소에서의 교정. 교화는 나에게 배움의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한다.

"미사에 나오면서 주님을 만나서 용서를 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천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신부님!"

"너에게 천국은 없다. 너에게 부활은 없어" "왜 그럴까?" "너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제대로 한 번 죽어봐야지!" "죽어야 부활이 오지","참 쉽지" "쉬운 게 그렇게 어려운 법이다" "나는 죽는 게 쉬울 수 있는 내공을 가진 사람이 부럽거든. 니가 내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봐라"

"신부님! 어떻게 하면 제가 여기서 지은 죄를 보속하고, 보다 나은 갱생의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영원한 삶은 지금이다. 현재로 들어와야지"

"하지만 저는 지금 현재에 있지 않습니까?"

"아니다."

"왜 아닙니까?"

"너는 과거를 떨쳐 버리지 않았잖아"

"왜 과거를 떨쳐 버려야 됩니까?" "제 과거가 다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과거를 떨쳐 버려야 하는 까닭은 나쁜 것이라서가 아니라 죽은 것이기 때문이거든!"

신부님의 사목상담 이야기에서, 이들의 모습에서 거꾸로 된 세상을 보게 된다.

영화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면 주는 것은 받는 것이 되고, 뺏는 것은 빼앗는 것이 된다.

꽃이 지는 것은 꽃이 피는 것이 되고, 구름이 모이는 것은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 된다.

거꾸로 돌리면 우리들의 생각은 미움이 사랑이 되고, 싸움은 우정이 되고, 괴로움은 즐거움이 된다. 모르는 것이 아는 것이 되고, 아는 것이 모르는 것이 되는 것이다.

내가 중심이 아니면 부처님이 중심이 되는 것이고, 기도는 감사가 되고, 희생은 보속이 되며, 자선은 은총이 되는 것이다.

거꾸로 보는 것이 제대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월 8일 저녁7시 청주 예술의 전당 "마음을 보았습니다" 공연은 거꾸로 된 세상을 보게 할 것이다.

시 낭송에서는 수용자가 하는 말을 통해서 우리들의 행복한 상태에 대해서 오히려 듣게 될 것이다.

연극 섬에서 핀 꽃을 보면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나의 메마름에 대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청주 남자 교도소 악단 La Bella Vita 아름다운 인생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들이 노래로 이야기 하는 것을 통해 나의 좌절과 포기, 절망이 얼마나 사치스러웠는지를 알아들으라고 할 것이다.

청주여자 교도소의 합창단 Isola Fiore 섬에서 핀 꽃은 수용자와 교도관, 봉사자, 소년원(소녀원) 어린이 합창단, 등의 연합으로 실제 하모니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며,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의 의미와 조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감동의 도가니로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신부님과 이야기 하며 하나가 되면서 신부님과 스님인 우리의 일치와 조화로움이 무명을 밝히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에 기뻐하게 됨을 더 없는 보람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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