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후보자들의 구업(口業)
<사설>선거후보자들의 구업(口業)
  • 손혜철
  • 승인 2012.04.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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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공뉴스-옥천.보은.영동]오늘은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장날이면 시장은 선거 유세장으로 변해 버린다. 이른 시간인데도 거리마다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공약과 약력을 자신 있게 말하는 선거후보자들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서서 후보자들을 지켜보았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쩜 하나같이 말들을 그렇게 잘하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청소년기 내내 말없고 소심해 보이는 작은 몸집의 사내아이, 남들 앞에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말 한마디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 못한다는 소리를 안 듣고 산다.
불교 방송 ‘무명을 밝히고’ 진행을 8년 동안이나 했었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말을 잘하게 된 것은 분명 아니다. 거친 세상 밖으로 나온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어떤 사업도 성공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거친 세상을 여차저차 살다가, 수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다. 아, 그런데 스님이 되고나니 더 말을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부처님 말씀을 불자들에게 전달하려면 당연한 일이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말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부단한 노력에 의한 결과였다.

이제 방송국에서 촬영이라도 오는 날에는 카메라를 보고 겁먹지도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가 나를 보고 겁을 먹는 듯했다. 그 만큼 자신이 붙었다. 허나, 말이란 함부로 하는 게 못되는 고약한 요물이었다.

한번 내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으려면 얼마나 어려운가. 그 사실을 깨닫고 말을 아끼려고 ‘묵언’을 되새기며 산다.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회복, 경제 민주화, 반값등록금 실현, 저출산 대책, 고령화대책, 대북 정책, 무상교육, 무상 급식, 무상의료.’

수없이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왜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일까. 선거 후보자들마다 핏대를 세워가며 부르짖고 있는 달콤한 말들이 이다지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일까?

말을 제 멋대로 하면, 구업(口業)을 짓는다는 말이 있다. 혼자 하는 나쁜 말조차 독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를 향해 직접 하는 말은 항상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잘하던 말을 거두고, 조용히 침묵하는 시간을 종종 갖게 되었다. 이제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을 따름인 것이다. 말에도 책임이 뒤따른다. 지키지도 않을 공약을 달콤한 사탕발림처럼 말하지 말라. 그 또한 구업(口業)을 짓는 일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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