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 대표 혜철

 

[불교공뉴스-사회]뜰아래 내려서자, 도량 마당 가득 바삭대는 참나무 잎이 나뒹굴었다.

밤새도록 봄바람이 몹시 불었다. 추위와 어둠을 몰아갈 한차례의 봄바람이려거니 했다. 하지만 만만하게 볼 봄바람이 아니었다. 회오리바람이었던 것이다. 산자락 이곳저곳에 쿡 쳐 박혀 있던 낙엽들이 일시에 날아들어 절 마당을 점령했다. 뭐가 그리도 할 말들이 많은 것인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이리저리 나뒹굴며 바스락거린다.

“허허, 요것들이 꼭 정치하려고 버둥거리는 사람들 같구먼.”

그렇다. 지금 한국은 온통 정치하겠다는 사람들과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의 입김으로 떠들썩하다. 아니 방방곡곡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어디를 가나 정치 바람이 분다. 그런데 정작 서민들은 관심 밖의 일이라고 외면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인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겠다고 머리를 숙이고, 심지어는 절을 하고 무릎까지 꿇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당선이 되고나서는 비싼 몸이 되었다고 얼굴 한 번 보기조차 힘들고, 자기 배 채우느라고 나라 살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관심들이 없어 보인다.

혹 나라와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정치인이 왜 없겠는가, 더러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정치를 하는 훌륭한 분들도 있을 것이며,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있는 정치인도 일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든 정치인들을 한 통속으로 싸잡아 욕을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선거 후보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이끌어갈 정치인을 뽑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이제부터라도 시각을 달리해보자, 나 혼자 쯤은 선거를 외면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나 혼자가 여럿이 모이면 군중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선거 후보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들의 역량이 얼마만큼 되는지 잣대를 들이대 보자, 그리고 엄중하고 당당하게 선거용지에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 주권인 것이다.

작은 빗물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닷물이 되듯이 개인의 바른 생각이 조금씩 고이면, 적어도 자신의 이상 세계를 꿈꿀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의 비전과 중년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노년들에게는 안락한 노후를 꿈꾸게 하는 정치인을 뽑는 데, 우리 국민 모두 동참해야한다.

움푹 페인 물웅덩이에 고인 참나무 낙엽들은 형체도 없이 일그러졌다. 그 낙엽들을 보며 자칫 선거라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자신을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과오를 저지르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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