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우재문 씨(귀농·귀촌협의회장)

 

[불교공뉴스-보은]수십 년 간 이국만 리 에서 온갖 궂은일 다해가며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점점 나이 들면서 떠나 온 고향을 눈물겹게 그리워하는 한다는 것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수구초심이란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른다. 발길 닿는 대로 전국팔도 산자수명한 곳을 찾아다니다 문득 발길이 머문 곳, 바로 속리산면 북암리 부수목 텃골이다. 그 주인공인 우재문(66·보은군 속리산면 북암리)씨는 해발 340m중턱의 감나무 두 그루가 이정표로 서있는 마지막 외딴집에 산다.

◇37년 간 타국생활 접고 귀국해 전국 국토순례

충북청원 출신인 그는 2006년 진한 향수병이 크게 도졌다.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했다.
1974년 이민을 떠났던 그는 캐나다 벤쿠버에 정착, 자는 시간 빼놓고는 거의 안 해 본 일 없다는 그가 소시지가공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향수병을 앓던 그는 2006년 가족은 타국에 남긴 채 귀국해 동해안을 따라 주문진, 속초를 거쳐 충북 괴산까지 발길 따라 정처 없이 고향땅의 푸근한 인정을 체험하며 전 국토를 순례했다.
‘남이 안 해본 걸 해보자’는 타고난 개척정신은 사람들로부터 언제나 평범치 않다.’는 말로 돌아왔다.

◇발길 따라 정처 없이 닿은 곳 속리산면 북암리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연찮게 속리산면 북암리 텃 골에 마음을 뺏겨 아담한 그만의 둥지를 텄다.
“국토를 여러 곳 누벼봤지만 당시 그 어느 곳 보다도 이곳이 산수가 참 아름답더군요. 두 눈 질끈 감고 정착을 결심했어요. 37년 간 타국생활을 했지만 고국에서의 생활이 나이가 들면서 마치 정해놓은 운명처럼 느껴졌지요.”

◇이민 떠날 때 어머니가 싸준 쌀 한말 큰 힘 돼

지금은 부모님 모두 작고했지만 이민당시 생전의 어머니가 쌀 한말을 고이 싸주며 “끝까지 맛있게 먹어라”고 마지막으로 건넸던 그 쌀을 애지중지하며 캐나다 행 비행기에 몸과 함께 실었다.
그 한말의 쌀은 식량으로서가 아닌 힘든 생활을 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된 추억이다.
당시 대학재학 중이었던 아내와는 1976년 고국에서 만나 그해 갓 졸업한 우혜숙(61·이화여대 발레전공)씨와 8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민 첫해 1년 365일 중 이틀만 빼고 중노동

“이민 가서 별별 것 다해 보았다.”는 그는 고생담을 얘기하며 “처음에는 1년 365일중 노는 날은 1월 1일과 부활절만 빼고 줄 곧 일하는 바람에 잠자는 6~7시간을 빼놓고는 거의 일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지주민과의 소통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며 “그 경험을 토대로 보은에 정착하면서도 이웃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이 노력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찮게 뜻 맞는 6명의 지인과 10만원씩 갹출한 총 60만원을 종자돈으로 2011년 3월, 드디어 귀농귀촌협의회가 창립됐다.

◇작년 3월 뜻 맞는 6명과 귀농·귀촌협의회 창립

이를 통해 그는 “현재 강원도와 보은을 오가며 살고 있는 기인이며 만담가인 ‘김삿갓’ 김만희씨와도 호형호제하며 친구의 교분을 맺고 대추고을 소식지의 편집장인 김국진씨와도 친분을 맺었다.”며 “이런 좋은 분들과 귀농·귀촌협의회를 발전시켜 제일 먼저 보은지역에 이주한 귀농·귀촌인의 결속·화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시대는 가히 역발상의 시대라고 생각하며 농촌지역에서도 틀에 박힌 관습적인 사고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등으로 문화를 파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것이 침체된 지역을 살리는 가장 필요한 원동력”이라고 고 강조했다.

◇현 회원 114명 매월1회 군 농업기술센터서 모임

현재 ‘귀농·귀촌협의회’ 회원들은 114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회원들은 입회비가 1만원(회식비 1만원 따로)으로 정기적 만남 장소는 월 1회 씩 만남의 장소를 보은도서관에서 군 농업기술센터 2층 회의실에서 갖고 있다.
“주로 40~50대가 제일 많아요. 오랫동안 축적된 리더십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와가며 상의하는 그런 힘이 되는 단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력화를 도모한다는 풍설도 들리지만 그게 아니고 지금 목표는 우선 회원 간 화합과 결속이 가장 중요하고 토대가 마련되면 그때 가서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실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군 1일부터 농축산과에 귀농귀촌 전담부서 신설

그는 “보은의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귀농·귀촌인구 유입이 정말 중요한 상황”이라며 “귀농·귀촌인을 위한 행정조례 등 광의적 개념의 제도상 지원과 이방인으로서가 아닌 같은 이웃사촌으로서의 일반적이고 긍정적인 사고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군도 새해 1월 1일부터 이들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로서 농축산과에 귀농·귀촌계를 신설했다.
앞으로 이 전담부서에서는 귀농·귀촌인을 위한 지원체계 중 인·허가, 세제, 농업지원, 농기계 대여 등 다양한 귀농귀촌 정책지원이 실시된다.

◇멘토가 되어준 책 헬렌·스콧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나의 멘토가 되어준 책은 헬렌·스콧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었어요. 조화로운 삶이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닌 행복한 삶을 누리는 그 자체이죠. 우리네 삶이 자연과는 어느 덧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었잖아요. 나의 둥지는 자연의 가장 막다른 곳이죠. 자연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순간 나이를 먹고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삶의 안락함이 나를 반하게 합니다.”
그는 타국의 외로움 속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해준 1남2녀가 있어 인생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정착당시 화전민 30가구가 모여 살던 아기자기한 마을이 이제는 달랑 4가구만 남은 그곳에서 한 뜻을 가진 귀농귀촌협의회를 통해 그는 오늘도 희망을 부지런히 가꾸고 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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