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불빛이 뿜어져 들어오면서 운전 중인 남자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작은 아버지였다. 너무나 놀라 온몸이 굳어버렸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잔뜩 화가 난 작은 아버지가 휘달려 왔던 게 분명했다. 언뜻언뜻 보이는 그림자는 몹시 위압적이었다. 갈전마을로 진입하는 고갯마루에 다다랐다. 차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뒷좌석 문을 열더니 입에 붙어 있던 테이프를 뗐다. 입술이 화끈거렸다.
“내가 누군지 알겠지?”
“작은 아버지! 어떻게 이런 일을?”
“왜 내가 시킨 대로 하지 않는 거냐? 네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야. 널 그 집에 보낸 것은 그 집안과 혼인을 시키기 위해서야. 그 집 아들이 널 무척 마음에 들어 해. 그 김 사장은 투자자야. 갈전마을에 곧 골프장이 들어오게 될 거야. 형처럼 죽고 싶지 않으면 내 말을 들어.”
“작은 아버지가 그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해. 자명이 그놈이지? 그놈을 병신을 만들어 놓았어야 했는데······. 차에서 내려!”
빗줄기는 다소 가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돌풍이 불었다. 나무들이 미친 듯이 휘적거렸다.
“이곳은 형과 내가 다툰 장소였어. 고집불통이었지. 내 말대로 했더라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야.”
일그러진 작은 아버지의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내가 형을 죽이지 않았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형이 내 말을 듣지 않아서 벌어진 사고였을 뿐이야······. 뺑소니차에 치인 것은 내 탓이 아니야. 모두 자명이 때문이야. 그놈이 사채업자들에게 이곳을 말하지 않았어도 그런 변은 없었을 거야.”
오금이 저려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작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도 아버지처럼 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아버지가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에 불을 댕겼다. 바람 때문에 불이 쉽게 붙지 않았다. 몇 번인가 라이터돌이 번쩍일 때마다 작은 아버지의 눈빛이 번뜩였다. 순간, 나는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거기 서지 못해!”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마치 무언가가 나를 잡아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맨발바닥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비포장 길이라서 돌부리가 불거져 나왔을 법도 한데 넘어지지 않았다. 뒤에서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불빛이 내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고, 귀청이 찢어질 듯 경보음이 울었다. 멀리 자벌레처럼 길게 엎드려 있는 아스팔트가 보였다.
단숨에 도로 중앙선으로 뛰어 들었다. 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팔을 흔들며 도로 위를 달렸다. 어느 새 작은 아버지의 승용차는 도로 가장 자리에 와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가오는 차가 그대로 스쳐지나간다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차가 멈추고 섰다. 대형트럭이었다. 나는 막무가내로 차 문을 열어 달라고 울부짖었다. 트럭 운전사는 몹시 놀라 말조차 잇지 못하고 차 문을 열어줬다.
“빨리 가요. 저 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해요.”
트럭기사는 엉겁결에 내가 시키는 대로 액셀을 밟았다. 작은 아버지가 몰고 있던 차가 한동안 따라왔지만 금세 뒤처지고 말았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쳐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경 장편소설> 『 탈 』은 불교공뉴스 창간기념 작품으로 2012년 봄날 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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