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옥천] 2주일 지나 소 유산되면 보상 못 받아, 시간 지나면 신고 전무
축산전문가들 ‘신고만 빨랐어도 확산방지… 자연교미 자제해야’
개발 보상지역 늘자 鑑定 때문에 ‘빼지 못하는 소’ 증가도 원인

가축전염병 종식선언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브루셀라병이 집단으로 발병했다.
지난달 30일 옥천군 동이면 세산리의 한 농가에서 한우 32마리가 무더기 감염됐고, 송아지를 포함해 45마리가 도살됐다.

석 달 만에 4곳의 농장에서 브루셀라가 발명되면서 165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 소가 낳은 송아지를 포함해 살처분된 소는 총 210마리에 달하며 근본적인 예방 문제점이 도마위에 올랐다.

브루셀라(brucellosis)는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소·돼지 태막파열이나 고환염 등을 일으키는 생식기 감염병으로 일종의 가축 성병이다.

백신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일단 이병에 걸리면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전파가 빨라 재발이 잘되기 때문에 법에 따라 도살 처분해야 한다.

이 병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사람한테도 옮겨지며 이병에 걸리면 3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부정형의 발열·피로·권태감·두통 등의 전신 증세가 나타난다.

정부는 지난 2007년까지 한 해마다 전국적으로 1만5000마리 넘는 소가 브루셀라에 감염되자 강력한 대응책으로 도축·거래 때 브루셀라 검사를 의무화 하면서 전국적으로 감염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옥천에서는 다시 유행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가들의 자체교배 부주의와 개발 보상지역에 축산농가가 대거 포함되면서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감염발생 시기가 맞아 떨어진 농가들은 대규모로 확산 되는 것이다. 여기에 구제역까지 한몫했다.

일반농가에서 인공수정 성공 확률은 암소 10마리를 수정한다고 가정할 때 6마리 정도 임신되며 전체 수정율의 40%정도가 임신에 성공한다는 것이 농가들의 설명이다.

사람과 임신주기가 비슷한 소는 배란일이 매달 돌아오면서 인공수정으로 실패한 암소를 대상으로 수소를 교미시키기 때문에 브루셀라가 종식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다.

수소 교미 전 브루셀라검사를 해야 하지만 이것을 지키는 농가들은 극히 드물다. 교미 전 일회성 검사를 하더라도 교미 때마다 검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농가들은 기피를 하고 있다.

여기에 ‘교미 전 브루셀라 검사를 해야 한다’는 법적제한 또한 없어 대부분의 농가들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관행이다.

이원면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A씨는 “교미 전 브루셀라 검사는 자신의 축산물 건강을 위해 의무적인 차원에서 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농가들은 번거로움에 이 조차 회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축산 농가들의 근본적인 인식개선이 먼저 필요하다. 어떤 병이던 자신의 축사에서 발병하면 손해가 가는 것은 사실 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표본삼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단가책정을 위해 경매장 출하를 못하는 농가들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옥천지역의 첫 브루셀라 감염농가인 서대리 B농장은 편입보상 지연으로 6개월가량 큰 소 100마리를 빼지 못하고 감정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출하시기에 맞춰 브루셀라를 검역하자 양성판정이 나왔다. 특히 이곳과 붙어 있던 농장까지 번져 두 곳에서만 73마리가 무더기 감염된 것이다.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포함해 소 88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 두 농장 역시 수소로 자연교미를 하고 있었다.
동이면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농촌지역개발이 증가하면서 축사가 포함되는 곳이 많아져 감정평가 때문에 출하시기를 못 맞추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라며 “이것이 브루셀라 발병시기와 합쳐지면서 확산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 등 생물이 있는 곳은 토지나 건물보다 감정을 빨리 서둘러 해줘야 한다. 이번 일처럼 간혹 소(小)로 막을 수 있는 일을 대(大)로 막아야 할 때 농민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구제역 광풍의 영향도 적지 않다. 일부 축산 농가들은 구제역 백신을 미리 접종하면서 백신 문제로 인해 유산한 것으로 착각해 신고를 하지 않은 농가들도 있다.

백신주사 후 2주 이내에 유산을 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군에 접수를 하지만 2주가 지나면 유산 증명이 어려워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브루셀라병균으로 유산을 하더라도 구제역 공포에 백신을 집중 투여한 농가들은 브루셀라병을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추가적으로 발병된 세산리의 농장주는 구제역백신을 집적 투여 후 유산되자 백신부작용으로 착각해 군에 신고하지 못했다.

전염확산을 농가들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정확한 지식이 없는 농가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고 의무제를 도입해 모든 소들의 유산경로를 파악, 가축전염병 방역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축산연구소 C연구원은 “농가들의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규제 등으로 처리한다면 이 같은 연속적인 발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루셀라가 확산조짐을 보이자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최초 발생 농장의 축산 분뇨 수거차량이 지난해 11월 이 농장에 드나든 것을 확인, 브루셀라균이 이 무렵부터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에 대비해 옥천지역 모든 소에 대해 브루셀라 검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발생 농장 4곳은 역학관계가 확인된 곳이다. 그러나 추가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내 모든 소에 대한 혈청검사를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승룡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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