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통영 바닷가에서 대중들과 울고 웃으며 불법의 향기 풍기는
스님의 가슴 따듯한 이야기

출가스님들은 삭발을 한다. 파르라니 깎은 젊은 스님네들의 머리를 보노라면 청정한 수행의 기상이 느껴지기도 하고, 범부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리를 느끼기도 한다. 스님들은 왜 머리를 깎을까? 승가에서는 머리카락을 달리 무명초라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알게 모르게 자라나는 중생의 번뇌가 무명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이를 머리카락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리라. 출가 수행자가 삭발하는 것은 무명으로 인해 생기는 세속의 욕망과 번뇌를 싹둑 잘라버리고, 본분사인 청정한 깨달음의 세계로 오롯이 나아가고자 하는 비장한 결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로써 그들은 세상 사람들과 단절하고 깊은 숲속이나 토굴에서 수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머리를 깎지 않고 사는 스님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스님은 왜 머리를 깎지 않을까? 저자의 말에 의하면 아직 중물이 덜 들었고, 태어나 고향에서만 줄곧 살아오다 보니 세상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스님이 왜 다른 스님들처럼 머리를 파르라니 안 깎으며 지내는지를 새삼 이해할 수 있다. 삭발승려의 신분 때문에 어려워하는 일반인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서 때론 평복도 즐겨 입으며, 생활 속에서 불교를 전하는 스님의 깊은 내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태어나 줄곧 통영에서 살아왔고, 출가한 뒤에도 30여 년을 통영 바닷가에 살며 고향 사람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저자가 수행과 포교의 과정에서 마음속에 그려왔거나 담아두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삶의 귀감이 되는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잊혀지지 않는 여정’은 저자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면서 신도들과 틈틈이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과 방생지, 신심단체 등을 순례하면서 느낀 생각들과 구도여정을 모은 글들이다. 제2부 ‘삶을 되돌아보자’는 절집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홀로, 때로는 대중들과 함께 지내며 겪은 사연들과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출가수행자로서 저자가 바라보는 세계관과 인간관, 불교관 등이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제3부 ‘환경을 생각하며’에는 저자의 자연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연과 사람은 서로 도우며 공존하여야 한다는 새삼스럽지 않은(?) 진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스님의 글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더불어 자연 파괴의 주범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탐욕과 소유욕에서 비롯된다는 단순한 진리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제4부 ‘가슴으로 와 닿는 얘기들’은 불가에 전래되어 오는 감동적인 영험들과 이야기들을 직절하게 소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삶의 귀감이 되도록 한 것이다. 마지막인 제5부 ‘내 마음의 노래’는 저자가 출가 승려로서 살아오는 동안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표현한 시 모음집이다. 거기에는 한평생 수행과 포교로 일관해온 한 구도자의 진솔한 속내가 정갈한 꽃향기처럼 은은히 번져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직 한곳에서 외길로 수행해온 저자의 구도역정과 진실하고 소탈한 미소로 보내는 한 포교승의 웅숭깊은 목소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지은이●월송 스님
195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고, 경남대를 졸업하고 1981년 12월 법운암에서 해담스님을 계사로, 춘성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월송月松이란 법명을 받았다.
30여 년을 외길로 법운암에서 주지소임을 맡고 있으며,
현재 통영불교사암연협회 회장, 통영경찰서 경승실장,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범죄예방 의원. 통영구치소 교화의원 및 지도법사, 통영시 종합사회복지관 자문의원,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통영시 의원 등 활발한 지역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축구를 좋아해서 미륵동우회, 육팔축구회의 회원으로, 주말이면 운동장으로 뛰어다니는 정말 바쁜(?)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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