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충주시] 충주의 대표적인 소설가 강준희 선생은 산수(傘壽)를 넘긴 83세의 나이에도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방문과 유리창을 제외한 사면이 책으로 가득한 서재이자 집필실인 ‘몽함실(夢含室)’은 선생이 꿈을 먹고 사는 공간이다.

육필원고를 고집하며 창작활동에 몰두하는 선생에게는 닳을 대로 닳아버린 국어사전이 또한 절친한 벗이다.

지조와 청렴의 원로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선생은 1966년 신동아에 ‘나는 엿장수외다’, 서울신문에 ‘하 오랜 이 아픔을’이 당선되고, 현대문학에 ‘하느님 전상서’ 등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2016년 작품인 ‘우리 할머니’까지 소설과 수필 등 총 40여 편을 저술했는데, 충청지역 소설가로는 최초로 문학전집을 출간했고, 현재 문학전집은 미국 하버드대 도서관 소장도서 목록에 올라 있다.

문학전집의 겉표지에는 “작가 강준희는 한국판 막심고리끼, 현대판 최학송이다”라는 글귀가 들어 있다. 선생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면 왜 이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수 있다.

주로 하층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소설을 많이 썼기 때문인데, ‘아 어머니’, ‘미구꾼’, ‘하늘이여 하늘이여’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작품이 많다.

이는 선생이 어렸을 때 가세가 기운 후 막노동꾼, 엿장수, 연탄배달부, 인분수거부, 풀빵장수 등 모진 삶의 풍파 속에서 겪은 선생 본인의 내공과 철학이 작품에 고스란히 깃든 것이다.

“창작은 배고픔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지만, 끝없는 절망과 좌절로 빠질 수도 있는 것 또한 창작활동이다.

선생은 온갖 삶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 변절하거나 훼절하지 않은 채 오직 지조, 강직, 개결, 청빈으로 올곧은 삶을 일관되게 살아 온 이 땅의 선비작가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하느님 전상서’와 ‘선비를 찾아서’ 등 주옥같은 작품집들을 출간했으며, 이러한 선생의 신조를 표현하듯 좌우명 또한 ‘깨끗한 이름’, 청명(淸名)이다.

충주시 교현동에 위치한 예성공원에 가보면 선생의 업적을 기념하는 문학비가 잔디밭 한가운데 세워져 있다.

책 모양으로 세워진 문학비는 청빈한 삶을 지키는 강직한 선비작가 강준희 선생을 닮은 듯하다.

선생은 제7회 농민문학 작가상, 제1회 전영택 문학상, 제10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2015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에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엔솔러지에 대상 수상작으로 수록된 ‘고향역’을 비롯해 ‘서당 개 풍월을 읊다’, ‘우리공원 이야기’ 등 8편의 작품이 수록된 ‘강준희문학상수상작품집’을 발간했다.

노환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선생은 생의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자 오늘도 몽함실에서 펜을 잡고 떠오르는 상념을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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