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불교]  그 어느 해 보다 급변하는 격동의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서 어느 덧 동안거 해제일을 맞이하였습니다.

『화엄경』에 일념은 무상찰나(無常刹那)이고, 일찰나 순간에 한량없는 세월을 꿰뚫어 보는 깨달음(一念普觀無量劫)을 말하고 있는데, 이 깨달음의 근본본체가 무엇인가?

불교의 유심론에서는 인간의 근본의식을 제8아뢰야식(阿賴耶識, 藏識)이라하고, 정신분석(精神分析)에서는 무의식(無意識)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인간 마음의 주인인 동시에 인류문명의 주도적 견인역할을 한 것이라고 하지요.

해동성자(海東聖者)라고 불리는 원효는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무명(無明)의 연으로 최초 마음이 일어나고(無明業相), 그 동요한 마음이 자신을 찾아 바라보려고 하는 인식작용 모습(能見相)과 그리고 인식작용 때문에 경계로서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境界相)의 세 가지 무명인(無明因)의 근본번뇌(三細相)를 현식(現識)인 아뢰야식과 연결하여 해설하였는데, 이는 깨달음을 얻어야만, 비로소 무의식의 변화현상인 번뇌를 끊을 수 있음을 주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의 마음과 행동들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무의식이며, 이 무의식은 일반적으로 각성(覺醒)되지 않은 심적 상태로 순수한 본래마음 또는 지혜의 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인과성(非因果性), 무논리적인 다양한 본능 에너지의 저장소로서, 번뇌 망상의 원인인자(原因因子)이며, 그 결과로 선업과 악업의 종자가 저장되어진다는 의미에서 아뢰야식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편 원효는 참선(參禪)의 문화가 전래되지 않았던 시기에 산수좌선(山水坐禪)하면서, 일심(一心), 화쟁(和諍)을 주장하고, 차별적 관점(依持門)과 동일적 관점(緣起門)은 서로 방해함이 없이 모두 옳다고 원융회통(圓融會通)을 사유(思惟)하였는데, 그의 탄신 1400주년을 맞이하여, 인간의 근본과 우주를 바라본 독창적 심성론은 현재적 관점에서 새로운 다양한 수행의 양식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납자 여러분은 해제법회를 마치면 만행에 나설 것인데, 선 수행은 일상에 항상 마주하고 있는데, 주유천하(周遊天下) 도중에 한 순간이라도 삼독심(三毒心)에 대한 경계(警戒)를 소홀히 하면, 곧 탁류(濁流)에 휩싸이게 되는 것을 항상 명심합니다. 따라서 수행의 끈을 잠시도 놓치지 말고, 훌륭한 스승을 찾아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인연으로 깨달음을 얻어 진광불휘(眞光不輝)할 것을 당부합니다. 

韓國佛敎太古宗 宗正 慧 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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