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모든 게 울음바다였다.

모든 게 울음바다였다. 수행자 수계식을 받던 내내, 바닷물이 철썩거리며 안으로 밀려들었다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병약해진 몸을 부처님께 의탁하기 위해 행자 수계식을 갖던 날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일 년 넘게 무슨 병인지 영문을 모른 채 앓기 시작했다.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병명이 나오지를 않았다. 내 몸은 뼈와 가죽만 남아 있었다. 늘 정신이 혼미하고 먹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아들을 보자, 어머니 스님은 아무래도 부처님께 귀의하라는 계시인 듯 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일단 목숨이라도 건져보기 위해 수행자 수계식을 어머니가 계시는 절에서 받기로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다.’
밤 새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부쳤을 때, 내안으로 파고 든 부드럽고 온화한 음성이었다.
‘관음보살님이시구나.’
벌떡 일어나 대웅전에 삼배를 올리고, 어둠이 걷히고 빛이 올 때까지 무릎을 꿇고 합장을 했다.
오전 열시가 되자, 모든 의식 준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행자 복으로 갈아입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고개를 들어 부처님을 올려다보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환하게 밝혀져 있던 붉은 연꽃이 물빛에 가려 흐릿했다. 상단에 환히 불을 밝히고 있던 촛불마저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타들어갔다. 제 살을 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과 향 끝에 피어오른 희미한 연기를 바라보았는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눈가에 가득한 눈물이 흐르고 또 흘러내렸다. 무엇이 그리 가슴에 사무치는지 승복 앞자락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내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기에 이와 같은 고행 길로 나서는지, 회한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수계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스님 몇 분이 염불을 하기 시작하자, 촛불이 부르르 떨며 너울댔다.
앉아있던 일가친척과 신도들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어깨위로 날아들어 무겁게 내려앉는 것이었다. 그것 또한 무거운 짐이었다.
‘아, 이제 속가 세계를 떠나는구나!’
부처님께 귀의하겠다는 의식이 진행되어갔다. 준비해둔 물과 가위 그리고 면도날이 하얀 무명 천 위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에 뜨거운 게 훅 날아들었다.
‘삼보에 귀의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연꽃잎에 물이 묻지 않듯이, 계법을 지켜 속세의 때를 지우겠습니다.’ 

<혜철스님 자전 에세이 『하늘나비』는 2012년 봄날 출간예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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