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옥천] 사람의 인연(因緣)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철칙과도 같다. 안내초(37회), 안내중(11회)을 졸업하고 먹고 살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던 안내토박이 유갑균(69)씨는 정체절명의 위기에 한 여인(야마시타게이코·67)을 만나 사랑을 싹틔운다.

지난 1995년 12월 27일 한국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천군 안내면 동대리에 둥지를 튼 지 8년째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알콩달콩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서로 이해해 가며 동반자로 살고 있는 유씨 부부를 통해 희망찬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설음식 중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부침개(지지미)와 떡국 끓이는 걸 잘 해요. 기제사에서 꼭 필요한 산적(규시꾸 아지쯔께), 떡(부꾸미) 등도 잘할 수 있어요.”

8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설 명절을 맞아 야마시타게이코(67)씨는 괜스레 자꾸 마음이 분주해짐을 느낀 듯 요리솜씨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게이코씨는 “한국에서 설 명절이 되면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속은 아름답다”라며 “설 명절 행사는 일본에도 있는데 이 날은 다양한 음식상을 차려놓고 한국에서처럼 쥐불놀이, 불꽃놀이 등을 지역민과 함께 즐기며 음식을 나누어 먹고 덕담을 나눈다”고 활짝 웃었다.

5남3녀 중 장남인 유씨는 “1년에 기제사가 여덟 번인데 싫다는 소리하나 없이 제수씨들과 힘을 합쳐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120년 역사를 간직한 집터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유년시절을 지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먹먹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일본도 한자를 병기하고 있어 기제사에서 지방을 쓸 때 혼자 다 써서 붙이니 또한 대견하다”며 “전유어, 조기, 홍동백서의 의미도 알고 있을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주일에 두 번씩 옥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고급반)를 공부하는 게이코씨는 지난해 모범 학생으로 선정돼 장학금을 받은 바 있다.

평소 부인과의 생활 속에서 틈틈이 짬을 내 그라운드골프를 즐긴다는 유씨는 “지금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욱 경로당이 발전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새해에는 한국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예의범절이나 효 사상이 속히 회복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밝혔다.

일본서 시청공무원으로 38년 경력을 가진 게이코씨는 “새해에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효를 실천하여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라며 “다국적 젊은 주부들과 함께 다문화지원센터에서 가르쳐주는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수지리를 공부하는 남편 유씨와 두뇌트레이닝 숫자놀이 스토쿠 게임을 밤늦도록 즐기는 아내 게이코씨는 한국정서에 적응해가는 찰떡궁합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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