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절에 다니는 신도 한 명이 헐레벌떡 찾아와 우리 딸이 남자를 만났는데, 궁합을 봐줄 수 있냐고 인생 상담을 해왔다.
나는 한 마디로 딱 잘라 거절했다. 그렇게 삶이 두려우면 대웅전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부처님께 알려 달라고 하세요?”
라고 말했다.
얼마동안 대웅전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신도가 나오지 않았다.
점심공양 시간이 돼서야 절뚝거리며 나온 신도의 얼굴이 어둡다.
“그래, 부처님께서 뭐라 하십니까?”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세요. 별로 좋은 궁합이 아닌가 봐요.”
“보살님, 궁합은 별게 아닙니다. 뜻이 같으면 좋은 것입니다. 어서 돌아가서 따님과 그 상대자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맞대고 비교해 보라하세요. 서로 닮은 구석이 많으면 천상의 배필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십계명을 적어들일 테니, 그대로 한 달만 지켜보라고 하세요. 그러면 좋은 궁합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진작 그렇게 말씀하실 것이지. 그런 비법이 있으시면서 이제야 알려주세요. 스님도 참!”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손과 발을 맞대어 비교해보란 말은 의미심장한 말이다. 취미와 하는 일이 같은 사람들의 손과 발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나무를 가꾸는 손, 꽃을 가꾸는 손,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손, 책장을 넘기기를 좋아하는 손은 대부분 취향이 비슷함 때문인지 지문과 생김새가 닮아있다. 의심이 가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처음에는 닮지 않았다 해도 사랑이 존재하는 한 닮아간다는 것은 분명한 이치다.
사랑의 십계명이란? 계산하지 말 것, 후회하지 말 것, 되돌려 받으려 하지 말 것. 조건 달지 말 것, 다짐하지 말 것, 기대하지 말 것, 의심하지 말 것, 비교하지 말 것, 확인하지 말 것,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운명에 맡길 것이다.
그 사랑의 십계명을 경면주사를 풀어 흰 종이에 반듯하게 써주었다. 그리고는 따님의 지갑 속에 넣어두었다가 힘들 때마다 꺼내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당부했다. 어찌되었든 신도는 경면주사로 쓴 십계명을 들고 서둘러 절을 내려갔다.
그리고 몇 달 후,
“스님은 진짜로 용하세요! 우리 딸 결혼해요.”
반가운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알고 보니 서로의 손가락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동안 빙그레 웃었다. 
 <혜철스님 자전 에세이 『하늘나비』는 2012년 봄날 출간예정 입니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