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불교]마음에는 세 가지의 독한 때가 있는데,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눈이 물질과 접촉할 때, 감각에서 물질이 타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이는, 탐욕의 불, 성냄의 불, 어리석음의 불이 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불길을 제거하면 평온하고, 시원하기 이를 때 없는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해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가지의 독을 제거하기란 쉽지가 않다. 주위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탐욕의 불이요,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것도 성냄의 불이요, 지나치게 잘못을 지적을 하는 것도 어리석음의 불이다.
나는 이런 세 가지의 독한 때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종종 거울을 본다.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얼굴에 끼어 있는 번뇌를 읽어낸다.
가끔은 그 번뇌의 불길 속에 내가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속죄의 기도를 올린다.
한 때, 나는 내 아버지를 참 부끄러워했었다. 유년기는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그랬다 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까까중의 자식’이란 놀림을 당했다. 그래서 늘 남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고, 친구도 없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더구나 부모님이 학교를 오는 일이 너무 싫었다. 절 일이 너무 많아서, 학교에 찾아오는 일이 가뭄에 콩 나듯 했지만 혹여 아버지 스님이 학교에 오시기라도 하면 나는 학교 구석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왜 우리 아버지는 스님일까?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평범한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스님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가슴에서 밀어내던 시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런데 나 또한 스님 아버지가 되었다. 처음부터 스님이었던 것은 아니다. 삼십 대 초반에 출가를 했으니, 출가하기 전에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 남매를 낳았던 것이다. 나도 내 아버지처럼 내 아이들에게 상처를 안겨 주었을 것이다. 이것 또한 탐욕의 불과 성냄의 불 그리고 어리석음의 불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나는 거울을 보았다. 마음의 세 가지 독한 때(三毒)를 지우기 위함인 것이다. 
 <혜철스님 자전 에세이 『하늘나비』는 2012년 봄날 출간예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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