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옥천] 어느 한 사람의 문학적 특성을 들라면 우선 난해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라 칭할 만큼 문학사적 가치가 뛰어난 정지용 시인의 문학 장르(옥천 방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는 언제 끝날 지도 모를 긴 여정을 떠났다.

어깨가 짓눌려 남모르는 통증이 몰려와도 정지용 문학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해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떠난 3년간의 긴 여정이었다. 드디어 2015년, 옥천군·옥천문화원 후원으로 작지만 큰 선물인 기행산문집 ‘정지용 기행산문(깊은샘)’이 발간되었다.

지역에서 24년째 입시학원을 하며 중·고생들의 대학진학(국·영·수)을 응원해 온 수필가이며 시인인 김묘순(54·前옥천문인협회장)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부터 정지용 시인의 문학사적 가치를 밝히기 위해 통찰하며 걸어왔던 지난한 문학적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3년간의 방언연구로 정지용 기행산문 발간
“누군가 이 일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정지용 문학의 장르였던 옥천방언 탐구 작업에 나서게 되었어요.”
그는 “정작 정지용 문학을 연구하게 되면서부터 문학자체가 마치 서양이론서에 맞춰져 짜깁기된 것 같은 몰이해로 허기를 느꼈다”며 “온전한 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우선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당시 옥천군 내남면 하계리(현 옥천읍 향수길56)로 불리던 곳에서의 방언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12월 초입(3일)에 그는 그동안의 다양한 문학적 활동과 작품성 그리고 공로를 인정받아 (사)세계문인협회로부터 ‘11회 세계문학상 문화예술 공로상’을 수상했다.

400여명의 내로라하는 문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한 이 문학무대에서 시인 김효태·이원구·정연국, 서예가 리홍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영예의 수상자가 됐다.

‘세계문학상’은 5년 이상 된 문학전문잡지에서 등단한 기성작가들 중에서 공모하여 운문과 산문부문으로 나눠 시상하는 상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지용 문학을 연구하면서 갈증을 느꼈던 문학 장르가 ‘방언연구’였던 터라 당시 ‘정지용 사전(고려대학교 출판부, 2003)’을 편찬했던 고려대 최동호 교수에게 서문을 부탁드렸다고 회고한다.

방언연구 중 유명을 달리한 故정성희옹께 감사
그는 “3년 간 지역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방언 조사를 했지요. 당시 인연이 닿은 분 중에는 이원면의 이현무(83), 동이면의 정수병(82), 이원면의 이수암(76), 삼청리의 곽순순(75), 옥천읍 삼양리의 전순표(61·현 옥천향토전시장 명예관장)씨와 당시 조사 중 유명을 달리한 옥천읍 삼양리의 정성희(당시 93세)옹께 진정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혹여 정지용 시인이 옥천 출신이라 옥천 방언으로 알고 정리했으나 범위를 넓혀 생각하면 중부 방언권에 속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될 수도 있는 개연성은 여전히 있다”고 방언 조사에 대한 어려운 점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정지용 문학의 한계점 숨어있는 방언연구
그는 또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연구하기 위해 몇날 며칠 신들린 사람처럼 기행산문만을 떼어 냈어요. 아직도 과제인 숨어있는 방언들이 튀어 나와요. 그러나 향토사에 대한 다각적인 모색이 없이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한계점이 분명 있다”며 “예를 들면 정지용의 작품에는 옥천 방언인 ‘사탕개(조그맣고 아주 못생긴 개)’나 ‘한갈로(서로 같음), ’쥐염쥐염(간신히 매달려‘, 매아지(갓 태어났거나 덜 자란 어린 말) 등등의 방언 표현어가 글 곳곳에 많이 산재해 있다”고 설명한다.

기행 산문집… 고려대 최동호교수 서문 일부내용
“현대시의 아버지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시인 정지용은 산문가로도 날카로운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지용 당대에 이태준의 산문을 세상에서 알아주었다하지만 지용의 산문은 그 나름의 맛깔스러움으로 통렬한 재미를 선사한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대한 서문에서 정지용의 산문은 빛을 발했거니와 기행산문에서도 지용의 독특한 시각은 첨예한 감각으로 묘사되는데 이번에 옥천에 거주하는 수필가 김묘순씨가 가려 뽑은 지용의 산문집이 그 사실을 입증해 준다…. 마지막으로 편자의 노고가 크게 빛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땀 흘리며 발로 걷고 가슴으로 느낀 것을 시로 쓴 지용의 진면목을 알리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5년 4월 최동호(고려대교수)씀

지용시인 발자취 따라 일본 등 전국 각지 여행
그는 “당시 정지용 문학을 연구하면서 들었던 순수한 저의 생각이었는데 옥천의 향토성 짙은 방언을 알아야 한국어 정서를 알고 지용 시인의 시어로 표현된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생각밖에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며 “이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어 ‘맨땅에 헤딩’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고 일정 부분 논문집을 연구하며 지용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일본 교토, 부산, 통영, 진주, 다도해 등을 여행하며 ‘정지용 기행산문’을 집필했다”고 문학연구에 대한 산고(産苦)의 어려움을 이렇게 술회했다.

시조시인 이은방 선생 통해 시 등단 계기 맞아
“이번에 ‘세계월간문학’을 통해 시 등단을 하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에요. 17년 전 일인가요. 언젠가 부터 저는 시를 써오긴 했었어요. 몰래 시를 써오면서도 등단의 기회가 없었던 거지요. 수필도 지난 1984년에 여성백일장을 통해 ‘달력 앞에서’란 작품으로 추천됐어요. 저도 몰랐는데 어느 날 보니까 시조시인이셨던 이은방(청산출신) 선생께서 제가 쓴 글을 한 출판사에 주는 바람에 저는 그저 등단(초가와 까치밥)을 당한 경우였어요.”

기행산문집 1판 12월, 2판 내년 발간될 예정
그는 “이번에도 월간세계문학에서 연락이 와 시 등단을 않느냐고 하 길래 시 작품 ‘중앙로4길5방(옥천집 주소),’양파‘ 등 5편을 써서 보냈는데 그 중 세태를 반영해 쓴 글을 포함한 3편이 등단된 것”이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정지용 기행산문)을 쓰기 위해 지용시인의 여정을 따라 북한만 빼고는 그대로 다녀온 셈이네요. 조만간 정지용의 기행산문 여정을 따라서 쓴 ’기행산문집‘이 곧 발간돼 나올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또한 그는 “지금 쓰는 작품은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 대중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정지용 문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 방책으로 쓰게 됐다”며 “1판은 올 연말 나올 예정이고 2판은 내년 발간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학·어학 병행해야하는 어려운 길 선택 아쉬움
끝으로 그는 “24년 째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고향을 지키는 학생들은 성적순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항상 애틋하고 대견하다는 생각만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며 “제가 다하지 못한 정지용 시인의 문학관련 방언에 대한 연구를 누군가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쉬운 길로 가려하다가도 다시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또다시 깜깜해지고 고뇌스러우며 문학과 어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가족으로는 이문형(54·군청경제과)씨와 재홍(25)·재원(21) 2남을 두고 있다. 

이 기사는 옥천향수신문사와 불교공뉴스가 공동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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