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저자가 EBS 《인문학 특강》에서 강연한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노자의 철학을 소개하거나 『도덕경』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노자와 《도덕경》을 통해 인류의 생각과 철학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여 인생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개인의 삶을 바꾸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변혁하는 데 노자의 사상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우리를 일상에서 좌절하게 만드는 선택, 불안, 사랑, 소통, 행복 등에 관한 문제들에 명쾌한 해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노자와 공자의 사상을 치밀하게 비교해 동양 사상을 정리하고 있으며, 노자의 사상과 근현대 서구의 사상가들과도 비교를 해 노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2500년 전 노자의 철학을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문적 힘을 기르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또한 노자의 생각법을 통해 ‘현대인의 생존법’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지금 우리의 삶과 사유를 뒤흔드는 통찰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이 외부로부터 강한 신념, 이념, 가치관, 지적 체계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각하는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신념이나 가치,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계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결국 신념과 기준에서 벗어난 ‘나(자기)’로 돌아가야만 ‘생각하는 힘’, 즉 인문적 통찰력이 생긴다는 의미인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은 인문학을 단편적인 지식으로 외우기 바쁘다. 하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단순히 인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인문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있어야 한다. 노자가 무위자연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당시 노자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서문> 중에서
그래서 본성, 즉 덕은 활동력이 아니라 이치와 같은 본체적 특성을 갖게 됐습니다. 밖에 있으면 이치가 되고, 인간 안으로 들어오면 덕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희는 그의 책《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에서 “하늘이 사람들을 낸 이래로 이미 인, 의, 예, 지의 본성이 누구에게나 부여돼 있다(蓋自天降生民 則旣莫不與之以仁義禮智之性矣)”고 말하기에 이릅니다. 덕을 본성화해 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덕은 활동하는 동력으로서의 힘을 잃고 거기서 자연스럽고도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향기도 잃어버립니다. 그 대신 이제는 찾아야 하는 어떤 것, 알아야하는 어떤 것으로서 다뤄지게 됩니다. - <생각은 어떻게 탄생했는가_덕은 지식이 아니라 동력이다> 중에서
그렇다면 이런 가들이 자리 잡지 못할 문명의 기획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야 할까요? 노자는 그 영감을 자연에서 구합니다. 자연은 이런 분리의 장치가 없이 작동하면서 오히려 영구적이고 거대한 효과와 결과들을 산출하기 때문이지요. 자연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관찰됩니다. 노자는 자연의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해 천명 속에 문제점으로 자리 잡고 있던 비의성, 주관성 그리고 임의성을 극복하고 투명성, 객관성 그리고 보편성을 확보해해요. - <‘생각하는 힘’이 만든 역사_노자, 공자를 꾸짖다> 중에서
우리는 노자의 도를 이해할 때, ‘도’라는 범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유무상생’이라는 함의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은 노자가 도를 표현하는 다른 용어에도 적용됩니다. 《도덕경》 제14장에서는 도를 ‘일(一)’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표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노자가 ‘도’를 단일성을 가진 어떤 것, 즉 실체나 본체로 상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노자 철학 전체를 보지 못하고‘일’이라는 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익숙한 느낌만으로 노자의 ‘일’을 대하기 때문에 범하는 오류입니다. - <유와 무로 완성한 노자의 사상_관계론의 총결, 유무상생> 중에서
노자 사상의 기본은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질서로 응용하자는 것입니다. 이 자연의 질서를 노자는 ‘도’라고 일렀지요. 노자는 세계를 ‘유’의 영역과 ‘무’의 영역으로 나누고, 이 둘의 꼬임으로 세계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노자 사상에서 무와 유는 공존하는 겁니다. 존재론적으로, 시간적으로, 논리적으로 선후의 차이가 없어요. - <왜 현대 철학자 ‘노자’인가_철학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철학이란 기본적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고 운행하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대응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합니다. 노자는 이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또 어떻게 운행하는지의 원칙을 유무상생으로 파악하고, 거기에 억지로 글자를 붙여 ‘도’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자의 사상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행위는 바로 ‘도’를 근거로 하거나 ‘도’를 본받아서 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 <지(知)가 아닌 명(明)으로 본다는 것_해와 달을 품다> 중에서
知人者智 自知者明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로울 뿐이지만, 자신을 아는 자라야 명철하다.
타인을 안다 할 때는 자신의 내적인 상태가 개입하겠습니까, 아니면 개념이나 관념이 작동하겠습니까? 타인을 이해할 대는 대개 개념이 작동합니다. 그런데 자기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어떨까요. 자기는 구체적인 느낌이 잇는 존재입니다. ‘유무상생’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 앎이 자기에게서 시작되는 것, 즉 자기에 대한 앎은 항상 실제적인 앎입니다. - <
‘안다’는 것은 결국 ‘모른다’는 것_사랑과 이별은 하나다> 중에서
無爲而無不爲 무위를 실천해봐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을 말할 때, 노자의 시선은 절대 ‘무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 ‘무위’를 지나 ‘무불위’에 가서야 멈추지요. 노자의 시선이 닿고 싶어 하는 곳은 바로 ‘무불위’의 지경입니다. 노자가 무위를 강조한 이유는 무불위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현실을 초탈하려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현실적 성취를 매우 중시했던 철학자입니다. 세상 속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간 철학자였죠. - <무위,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_물러서면 앞서고 숨으면 빛난다>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은 세계가 본질이나 중심이 아닌 ‘관계’로 되어 있다고 본 노자 사상을 꿰뚫어봄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복원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노자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와 ‘자기로 돌아가라’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기 자신을 일반명사 속에 함몰되게 방치하지 말고, ‘고유명사’로 살려내라는 것이다. ‘고유명사’로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기로부터의 혁명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공자와 견주어 봤을 때 전혀 뒤처지지 않고 있지만 오랜 세월 유교의 영향으로 공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노자의 도가 사상은 ‘자기’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중요한 울림이 되고 있다.
노자의 중심 사상은 자연의 질서, 즉 도(道)를 인간의 질서로 응용하자는 것을 바탕으로 ‘유무상생(有無相生)’이다. ‘유’와 ‘무’가 서로 공존하는 것이다. 한 예로 ‘주인의식’과 관련해서는 역으로 자기가 스스로를 주인으로 생각지 않고 ‘손님’으로 여겨야 상대방과 열린 관계로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00여 년 전에 세상을 향해 던졌던 노자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화두가 바로 ‘상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고용자과 종업원간의 상생, 갑과 을의 상생 등 사회 곳곳에서 상생이 잘 되지 못하다보니 분란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무상생’을 삶의 지혜로 던진 노자의 사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 행복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을 거 같다. 공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노자의 인문학을 좀 더 알 수 있고 그의 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발견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