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생일선물

엄마 생일선물이라며
세 아이가 손수
용돈 모아 골라 준
6만원짜리 선글라스
좋아라, 마다않고 끼던 날

자외선 뻗대듯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나운 세상살이가
너희를 모두 안고 가야할
굴곡진 긴 터널도
등짝 벗어지게
뜨거운 생의 회초리마저
힘들지 않겠다

아아, 내 살 찢고 온
나의 분신들이

저릿한 눈물강을 만든다.

운동화

열흘 넘게
지병으로 누우셨던 어머니는
자리를 터신 듯 일어나셨다

일년을 하루같이
늘상 그날이 그날인 날
아이들 하나에
서너 켤레 되는 운동화를
하루에 하나씩
하얗게 빨아 놓으셨다

문득,
할머니랑 사는 게 괜찮냐는
아이들에게 던진 물음이
가벼운 농담이기를,
새로운 습관이
가시는 걸음에 준비가 아니기를,

사는 일이 운동화에 찌든 오염처럼
기억되지 않기를,

아직은 어머니,
보이는 것보다
보지 못한 세상이 너무 많은
초록으로 휘청대는 6월입니다

 

얼음새꽃

달개비꽃
너를 만나면
잠시 접고자 했던 사랑이
층층이 매달리곤 하지

호젓한 산길
습습한 네 옆에서
엉덩이 눌러 붙이고
한나절 해거름도 잊은 채
도란대고 싶지

그러다 보면
달개비꽃잎 전해주던
따뜻한 손 기억하며
섭섭한 마음도
거짓말처럼
와르르 무너지겠지
냉이

 

 

<약력>
이영옥 시인은 196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1988년 오늘의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1993년《해동문학》으로 등단, 제6회 대전예술신인상, 제22회 대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날마다 날고 싶다』 『아직도 부르고 싶은 이름』 『당신의 등이 보인다』 『가끔 불법주차를 하고 싶다』 『길눈』 등이 있으며, 2015년 대전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아 여섯 번째 시집 『알사탕』을 상재하였다. 한국문인협회, 문학사랑협의회, 대전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문학잡지《문학사랑》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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