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아시다시피

 햇빛처럼 살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안개 속의 심정으로는 알 수 없지요

무엇을 깨닫고 경험했지만
아시다시피
쌓인 눈바람에 날리듯
묻혀버리지요

오래, 오래 붙잡고 싶었지만
아시다시피
손을 흔들지요
우리 모두
아시다시피 마주하며 살지요

달빛 초원

푸른 초원 저 멀리
오늘 이 시간을 위하여
기다려온 순정의 이름이여

작고도 아름답거나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구름 사이로 숨어 있다가
금세 뛰쳐나온 새싹처럼
개울목 돌다리 하얀 이마 같은
달빛을 맞이하면
한 삼 일을 못 넘기고 또 보고 싶겠지

푸른 초원에
사랑의 장미를 심어놓고
넓고 넓은 화단을 준비하겠어

오늘 이 시간
길고도 짧은 오늘 이 시간
영원히 기다려볼까
달빛 초원에서

  감탄

저절로 피고
지는 꽃을 보면
자연스러움에
감탄할 수 있다

화단 경계석에
뿌리가 없다는 것도
꽃의 아름다움에
자유를 부여한다

새벽 한 시 반
가로등 불빛에 아롱거리는
목련 잎은 별보다 빛난다

남몰래 피는
꽃의 자유를 누가 탄식할까!

 

핑크로즈

깊고 높은
어느 초원에서는
비가 오면
축제를 연다지

춤을 추다
등이 맞닿은 남녀가
깊은 사랑의 뿌리를
비처럼 적시면

빗소리 날리며
핑크로즈
한 송이 탄생한다지

 <약력> 이태진
1972년 경상북도 성주 출생으로 2007년 계간 『문학사랑』으로 등단하여 시집 『여기 내가 있는 곳에서』, 공저 『인생의 받침돌이 되어줄 UCC 마음사전 2g』. 〈제 11회 대전예술신인상〉, 〈제 42회 인터넷문학상〉을 수상. 무대조명 디자이너, 공연 공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 solosun@hanmail.net
facebook : 이 태진(Leetaejin)이태진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