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성남시] 호주 최초로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6일 정오에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개최됐다.

호주 평화의 소녀상은 시드니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시드니추진위)의 주도로 성남시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성남시추진위)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후원을 받아 건립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성남시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제작을 맡았다.

제막식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원복덕 성남시추진위 위원장,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윤미향 정대협 대표, 김서경 작가 등 한국측 참석자들을 비롯해 현지 교민들과 시민, 인권운동가 빌 크루즈 목사 등 모두 4백여 명이 참석했다.

사물놀이로 문을 연 제막식은 백승국 시드니 한인회장의 환영사에 이어진 소녀상 제막 퍼포먼스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을 달래는 위령곡에 이어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헌정곡 ‘가시리’에 맞춰 애절한 춤이 이어지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이어 흰색으로 덮힌 천막을 걷어내자 노란 풍선이 날아오르며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탄성을 내뱉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제막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호주 시드니까지 온 길원옥 할머니는 “앞으로 이 소녀상을 통해서 이곳에 사시는 사람들도 우리 역사의 진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길 할머니는 “염치 없지만 또 부탁드릴 것이 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애써주시기를 바란다”며 “일본 정부가 진실을 감춘 채 범죄를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시장은 “위안부 문제는 특정 국가의 특정 피해자들의 문제가 아니”라며 “인류 보편의 인권의 문제이고 세계인의 상식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에도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부인한다고 해서 객관적 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일본군이 세계의 많은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전쟁에 끌고 다닌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배상하고 반성하는 것이 일본국이 세계국가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일 정부간 합의에 대해서도 “불가역적인 합의는 없다”며 “한일간 합의는 헌법에 반한 무효”라고 못박았다.

이 시장은 호주를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해 “성노예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반인륜적 범죄”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가 발표한 합의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의 회복을 향한 길에 큰 벽을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그러나 이런 합의 이후 수많은 방해와 압박을 극복해내고 첫번째로 이렇게 시드니에 평화비를 건립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피해를 겪은 할머니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그네들이 전쟁에서 겪은 그 아프고 시린 역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드니추진위 관계자는 “평화의 소녀상은 평화와 인권의 상징이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현지인과 교민들에게 역사적 교훈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제막식 직후 곧바로 인근 애쉬필드 교회로 이동해 영구 안치됐다.

애쉬필드 교회는 시드니 소녀상 건립을 도운 빌 크루즈 목사가 목회를 하는 곳으로 소녀상은 한인회관에서 1년 간 보존되다가 이곳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빨리 호주 사회 전체가 소녀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종이 오가는 교회 마당으로 소녀상을 옮기자는 데 빌 목사와 교민들이 뜻을 모으면서 전격 이전됐다.

한편 이날 제막식 시작 전 일본 우익 단체 관계자가 허가 없이 행사장으로 들어와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하며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시드니추진위의 냉정한 대처로 큰 마찰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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