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문화] 보수공사

엄마, 지난 일요일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옥상에 보수공사를 했어요 집을 지은 지 오래 되어서인지 비가 오고 나면 자꾸 천장에서 물이 흘러요 몇 해 전 틈새마다 시멘트 버무려 메우고 일단락 해놓았다 안심했는데 일하시는 아저씨 그러시더라고요 처음 지을 때 잘 했어야지 한번 어긋난 것은 덧바른다고 해도 자꾸만 틈이 생긴다고요. 방수 페인트 두껍게 발라놓고 여름을 기다려요.

장대 같은 비가 와도 끄떡없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중년中年의 오월

선술집 맨 끝자리
중년(中年)의 문턱에 발목 잡힌 사내들이
술을 마신다
시대극에 떠밀려 오는 사이
절절한 사연도 많았겠지
젊음을 담보로 저당 잡힌 울타리에서
그래 그래 끄덕이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류도 있었겠지

돌고 도는 톱니바퀴에 물려
비켜설 수도
뛰쳐나올 수도 없는
당신의 어깨에 걸린
고단한 중년

밖은
발정 난 오월로 몸부림인데
우리,

어디쯤 머물러
당신의 아픔을 만질까

소심한 사랑

― 분꽃
덜그럭거리는 설거지나 하던
내 손바닥에 분꽃잎 하나
올려놓고 씨익 웃던 사람

고운 빛 바라보다
눈멀어
당신만 바라보면
어쩌려구요

하루빛 온힘으로 견디다
힘없이 시들어
눈물이나 만들면
어쩌려구요

속없이 물들어
미워하지도
내 안에 가둘 수도 없는

종종걸음 치는 사랑 하나
가졌습니다

 

구절초

당신 이름을
가만 불러 봅니다

갈잎이 풀어내는
춤사위를 보며
바람 앞에
간신히 서 있는

세월의 틈에서
내 안에 들어
설렘이 된 그대

<약력>
이영옥 시인은 196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1988년 오늘의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1993년《해동문학》으로 등단, 제6회 대전예술신인상, 제22회 대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날마다 날고 싶다』 『아직도 부르고 싶은 이름』 『당신의 등이 보인다』 『가끔 불법주차를 하고 싶다』 『길눈』 등이 있으며, 2015년 대전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아 여섯 번째 시집 『알사탕』을 상재하였다. 한국문인협회, 문학사랑협의회, 대전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문학잡지《문학사랑》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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