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자 옥천 삼양초등학교장

 

 

[불교공뉴스=천성남 기자] 언제나 교사로서의 뜻을 굽히지 않고 참교육 사랑을 실천하며 교육에 관한 한 옳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주변의 반대에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실행에 옮겨온 사람이다. 고1 때부터 생겨난 새치머리로 일명 ‘흰머리 소녀’, ‘금발소녀’가 어느 덧 트레이드마크 됐다. 교육현장에서는 사랑과 열정으로 교육 실천의 이정표가 되고 있으며 이런 성정은 여름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교내 리모델링과 교외 페인트칠에 일일이 관리감독을 하며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이은자(61·옥천삼양초)교장을 만났다.〈편집자 주〉

◇부모님 몰래 저금통 털어 간 교사의 길

충남 청양 출신으로 1남 4녀 중 셋째인 그는 청양초등 입학식 때 이미 교사의 꿈을 가슴 속에 깊이 새겼다. 청양중학교, 공주사대부속고를 거쳐 공주교대, 방송통신대, 한국교원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담임선생님의 ‘열중 쉬어, 차렷, 경례’ 등 힘찬 구령소리에 따라 열을 서다가 문득 ‘아! 나도 저렇게 선생님이 되었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더군요. 아마 그때부터 이미 교사로서의 내 꿈은 변치 않은 상록수처럼 되어 버렸죠. 작고한 부친께서는 5급 공무원을 바라셨지만 내 생각은 달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꿈을 빨리 갖게 하면 할수록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것으로는 교사의 길을 갈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국어를 가르치신 이찬구 담임선생님입니다. 교사가 되고 싶어 반대하는 부모님 몰래 저금통을 털어 버스를 타고 공주교대에 가게 된 일입니다. 그것이 제 인생의 시작 이 된 셈이죠.”

◇백혈병 소년가장에 전국성금 완쾌 ‘보람’

“15년 전, 지금은 폐교가 된 청성초등 묘금분교 재직할 때의 일이지요. 소년가장이었던 한 아이가 백혈병을 앓고 있었어요. 당시 그 아이가 가장 소망한 일은 ‘중학교교복을 입어 보는 일’이었어요.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스물 댓 명의 전교생이 내일처럼 똘똘 뭉쳐나서는 바람에 지역 지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성금을 받아 그 아이가 비로소 병에서 구출되게 되었어요. 그 후 아이에게 완쾌되었다는 연락이 왔어요. 얼마나 기쁘든지 말로 형언할 수 없었어요. 지금은 남자친구도 생기고 간호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연락도 옵니다. 또 하나는 옥천군 애향회 주최 동요대회에 전교생이 출연해 지금은 30살이 다 된 특수반 현수와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불렀던 일 등등이 있지요.”

◇‘교육엔 불가능이 없다’고 교사들에 강조

“조손·편부모가정 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형편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기초학력 부진아들의 문제입니다. 쉽게 아이들을 포기하기 보다는 전 경험에 비춰보아 교육엔 불가능이 없다는 확신으로 교사들을 독려하고 있지요. 시간이 문제이지 다른 것은 교사와 학생간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아이들은 교사의 사랑과 열정을 먹고 사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포기할 수 없어요. 기초를 제대로 알고 중학교에 들어가야 교육과정을 따라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아이들을 포기하는 것은 곧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그래서 실행하고 있는 것이 기초학습 부진 ‘제로 화’ 입니다.”

◇전교생 영어·한자·독서부문 단계별 실행

“지난 3월부터 전교생 대상 영어, 한자, 독서 영역을 키우기 위해 ‘창의 인성 삼양달인 킹 왕 짱’이란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교육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요. 그만큼 아이들에게 학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 사랑을 쏟아주는 것이지요.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60명 아이들을 수준별 3개 반 편성해 ‘주말영어캠프’를 운영 중이지요. 또한 첫째, 셋째 주 토요일엔 4학년 3개 반, 5학년 2개 반, 6학년 1개 반 등 120명이 참가하는 ‘재미있는 영어캠프’도 실시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죠. 실력향상도 확연해 자신감도 늘고 있어요. 한자교실은 제가 한자교재를 제작해 초등 때 익혀야 할 600여 한자를 1~12급 단계별로 나눠 한자실력을 키우고 있어요. 이결과 지난달 27일 실시된 ‘제1회 한자인증 시험’에서 12급(560명), 11급(5명), 10급(8명) 등 581명의 아이들이 한자와 친근해졌어요. 또한 독서부문은 ‘가족·사제동행 책읽기’ ‘독서 골든 벨 및 독후활동 행사’ ‘독서토론대회’ ‘독서마라톤’ 등 프로그램으로 책을 가까이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교사들이 힘은 들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해요.”

◇부도, 명예도 아닌 못 말리는 제자사랑 뿐

“응, 너 지금 뭐하고 있어? 컴퓨터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읍에 나와 선생님도 만나러오고 그래라. 선생님이 한번 갈게. 무얼 사가지고 갈까? 불고기? 응, 알았어.”
묘금분교 시절, 아픈 손가락처럼 늘 생각에서 놓지 않고 나이 서른이 다되도록 보듬어온 한 학생과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늘 마음을 아리게 했던 제자가 어느 덧 성장은 했지만 그는 여전히 인연의 끈을 붙잡고 산다. 유구한 세월 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것은 오로지 부도, 명예도 아닌 못 말리는 제자사랑 뿐이다.

◇‘행복통장’인성교육·‘사랑해요’ 인사하기에 역점

“바람직한 인성교육 실천을 위해 ‘365행복통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잘한 일에는 ‘칭찬씨앗’ 스티커를 붙여줘 부지런히 스티커를 모으는 동안 습관처럼 착한 일을 하게 돼 긍정적 사고를 갖는 교육효과가 있어요. 매월 말 스티커를 가장 많이 붙인 학생에게 ‘행복 상’을 시상해요. 칭찬받을 일을 하고 학부모 이웃들 누구에게나 인증만 받으면 스티커를 줘요.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사랑 합니다’ 인사교육 과정을 통해 복도에서나 교실에서 만나면 ‘사랑 합니다’ 인사를 하게 되었고 학교 밖에서도 ‘사랑 합니다’라고 쫓아와 인사를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과활동이 되어 버렸어요.”

◇교육현장서 40년, 퇴직 후 가정·신앙에 몰두

“일선 교육현장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오는 동안 느꼈던 것이 너무도 많죠. 모두 기억해 놓지는 않았지만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너무 빠르고 이것이 인생이지 싶어요. 그러나 후회 없이 살아온 인생이고 보면 그만큼 남는 것은 있겠죠. 지금까지 온전한 남편의 외조를 받고 살았으니 앞으로는 가정을 위해 내조하는 삶과 신앙을 가꾸고 주위를 돌아보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죠.”
가족으로 대전에서 목회를 하는 남편 김영길(65)씨와 1남 2녀를 두고 있는 그는 오늘도 습관처럼 아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지난 1971년 초등교사 발령 후 못 말리는 열정을 가진 열혈 교사로 장학사, 교육장을 거쳐 현 교장으로 내년 2월 교육계의 대미를 장식할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간직한 교육자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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