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뉴스=천성남 기자] 토속미생물에서부터 EM미생물 발효에 이르기까지 유용미생물이라면 전부가 관심대상인 그는 이제 귀농15년 차로 누가 뭐래도 영락없는 전문축산농이다. 7년 전부터 시작된 그의 유용미생물에 대한 관심은 특히 남달라 동네에선 이미 ‘미생물 박사’로 통할 정도다. 수한면 지역의 거몽산(巨夢山)이라 명명된 작고 야트막한 임야를 사들여 4만9587㎡(1만5000평)의 땅에서 부농의 단꿈을 꾸고 있는 강소농(작지만 강한농업)인 그는 1차로 토종 흑돼지, 2차진흥청 상표등록인 ‘우리맛닭’을 키우고 있는 오익환(69·수한면 광촌리 198-6 ☎542-3206)씨를 찾았다.〈편집자 주〉

◇농군 되기 위해 전국 땅 찾아 3만 리

충남 당진 합덕리가 고향인 그는 당시 건국대 상학과를 나온 엘리트로 일찍이 농업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유난히 체질적으로 농업을 꿈꿨던 젊은이였다.
“이상하지요.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늘 시골에서 사는 구상이 취미이자 재미였어요. 지난 1963년부터 오랜 시간 탄광관련 무역회사에 다녔지만 농업에 대한 꿈을 버리기에는 너무 운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996년 정말 운명처럼 직장을 정리하고 5000분의 1로 축소된 지도를 들고 1년 동안 강원도 정선을 시작으로 동강 수몰지 등등 전국의 땅을 섭렵하고 다녔어요. 아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일이었지요. 당시 산지법 조차 몰라 터만 넓으면 무조건 좋아 보이는 그런 때였지요. 그런데 땅값이 만만치 않더군요. 땅이 넓으면 돈이 안 맞고... 지금 생각하면 큰 시행착오인데요. 그 때는 헛 이상주의자였습니다.”

◇15년 만에 깨달은 선진축산농법 ‘살길’

“고르고 골라 가격도 맞고 아름다운 이곳에 정착했지요. 그 당시 조언을 요청한 제게 군 축산계장이 했던 말들이 왜 그때는 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말은 축산을 하려면 논밭 1652.9㎡(500평)정도만 사서 해도 충분하다고 했던 그때의 소중한 조언을요.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이더군요. 면적이 너무 넓다보니 힘이 부쳐 혼자 손으로는 해 나갈 수 없더군요. 비로소 작년부터 한 생각이 열리기 시작하더군요. 관광농원 스타일의 축산 농장을 만들어 그 속에서 키운 축산물로 고유브랜드로 주문생산 판매를 하는 선진화된 농업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그동안 농업인생을 살기 위한 수업료를 단단히 치른 셈입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사용하고 난 후 깨달은 교훈이지요.”

◇지역민과의 동화위해 상여 10번 맨 사연

“물론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이사 오고 난 후 마을애사가 많이 생기더군요. 마음으로 작정하고 상여를 매다보니 무려 10번 정도를 맨 것 같아요. 마음을 함께 이웃들과 나눈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이웃과의 정을 쌓는 첩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은 작고 하셨지만 이곳에서 어머니를 5년간 모시고 살았지요. 모든 게 인연 따라 간다고 하지만 인생만큼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아내도 지금은 함께 돼지 배설물을 치우는 동반자로서 옆에 있고 지금은 무척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년 전, 일본 관서지방 농업견학서 힌트

“농업 후배들에게 시행착오적인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아요. 농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집단협업체를 구성해 고급가공시설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지요. 4년 전 농촌기술자협회 회원 28명과 일본 관서지방을 다녀오고 난 후 이러한 마인드가 생기더군요. 같은 토종 흑돼지인데도 불구, 1차 가공으로 판매하는 우리 현실과는 사뭇 다른 일본에서는 고급 가공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농업자체가 매력이더군요. 당시 일본정부는 축산인에게 한화로 4000만원 정도 축산시설(통나무집) 지원을 해주어 6명의 주민들이 협업공동체를 구성해 2, 3차 가공판매를 해 성공한 경우죠. 생고기도 팔지만 고기훈제 등 2,3차 가공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우선예약 주문판매를 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사업을 통해 농촌이지만 브랜드 제고 면에서 일거양득의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농업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더군요.”

◇‘미생물 발효’로 사육한 통돼지 맛 ‘최고’

10여 년 간 이것저것 손 안대본 것 없는 그가 실의를 딛고 비로소 지난 2009년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를 통해 찾아낸 토종흑돼지 5마리가 새로운 사업의 단초가 됐다.
“시작은 했지만 토종흑돼지라 하더라도 매일 무한정 쏟아지는 돼지 배설물과의 전쟁이 큰 고충거리였지요.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하는 유용미생물(EM) 발효로 인한 배설물 발효작업이었어요. 처음엔 토속미생물(부엽토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가지고 시작했지요. 그나마 미생물을 활용한 덕에 악취발생과 분변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가고 있지요. 또한 미생물로 발효시킨 사료를 먹인 흑돼지는 특유의 콜라겐 성분 때문인지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특유의 냄새도 없고 쫄깃한 맛을 낸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요. 하루에 한번 씩 꼭 방목을 해 산 주변의 싱싱한 산야초를 먹이니 항생제 없이도 건강한 유기농축산이 가능해 지더군요. 이제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 우리 흑돼지를 찾는 분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죠. 가격은 마리 당 40만 원 정도로 주문 예약을 받아 통째로 잡아 드립니다. 나머지 부위도 싸드리니 5명이나 10명 등 함께 사셔도 가격에 비해 월등히 좋은 고기 맛을 볼 수 있지요.”

◇진흥청상표등록 ‘우리맛닭’ 제2의 도약

수개월 전부터 진흥청상표등록 ‘우리맛닭’을 사육하기 시작,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또한군 농기센터에서 실시한 e-비즈니스 교육을 통해 블로그(http://blog.daum.net/keumeng)를 운영, 매년 300여명에게 연 30마리의 흑돼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젠 70대가 되니 힘도 부치고 아들하나 있는데 직업이 탄탄해 물려줄 수도 없는 형편으로 오직 부부가 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요.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임야를 분양해 자연친화적인 ‘정농회’처럼 협업농을 구성하는 겁니다. 농업인으로 등록하려면 최소 991.74~1652.9㎡이상이면 가능하거든요. 330.58㎡에는 집과 텃밭을 만들고 991.74㎡에는 닭을 키워 알을 빼면 하루에 네, 다섯 판 정도면 생활이 되거든요. 양이 많아지면 공동판매를 할 수도 있고요. 마음은 농촌에서 살고자 하지만 농촌생활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아요. 땅만 있다고 귀농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추나무 아래 2000수 닭 사육이 향후 소망

농장 내에는 삼백초 등 다양한 약초들과 대추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불순한 날씨 탓에 많은 대추나무가 죽었지만 살아남은 350본 대추나무 아래에 ‘우리맛닭’ 2000마리가 방목 사육되는 날을 소망한다.
인생 여정에서 아내 이용분(67·향토술연구회장)씨와 희망을 가꿔온 그는 최근 미생물을 다량 입식해 미생물 발효농법을 축산 활용에 몰입하고 있다. 더불어 공동협업체를 구성해 다함께 잘사는 거몽산 축산공동체 마을로의 당찬 꿈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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