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한배의 사진이야기
<포토> 이한배의 사진이야기
  • 이한배
  • 승인 2015.06.18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옛날이야기

[불교공뉴스-문화] 온 세상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옛 것들은 모두 치워 내고 새롭게 재개발을 해 옛 것을 찾기 어려운데

옛날 옛적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곳이 대전에 있다.

좁고 후미지고 막다른 골목들
어렸을 적 어느 날을 그대로 정지시켜 놓은 듯한
금방이라도 동무들이 뛰어나와
시끌벅적 동그란 마음들이 뛰어 놀 것 같아 정감이 간다.

조금은 지저분하고 가난에 찌든 듯도 하지만
이곳에서 들려오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들은
너무 정겹고 다정스러워 그냥 푹 빠져들고 싶어진다.
나의 어릴 적에 살던 골목 같아 고향에 온 듯한 느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많이 들락거렸을 법한 점집
우리 어머니들은 절집에 가서 희망을 듣고 싶어했다.
마치 미래의 희망을 높다랗게 걸어놓은 듯
가난한 중생들의 높은 이상이 허리가 굽은 채 펄럭인다.

집이 좁아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마루도 좋고 심지어는 부엌 바닥에 자리 깔고 자기도 했었다.
자전거 들여 놀 곳도 없어 골목에 세워 놔도
누가 집어가지 않는 그런 골목길

눈깔사탕하나 사먹으려면 며칠을 벼르고 별러
어머니한테 겨우 동전 한 닢 얻어 사먹으러 갔던 구멍가게
이젠 신식 가게에 밀려 문 닫은 지 오래인가보다.

적막함 속에 묻혀있는 옛날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들어본다.
문득 떠오르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
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날 따스한 날엔 저 의자에 나와 앉아
오손도손 살아온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고

아~ 언제 적 금성이던가?

  재개발이 빠트려 놓았는가?
미쳐 손이 미치지 못해 빠트렸는가?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난도질당하고
자물쇠 까지 잠가 놓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옛 추억에만 젖기엔 너무 을씨년스럽다.

집안에 있어야할 그림들이 어찌 밖으로 나왔을까?
그래도 난초의 그림이 멋들어지고
백두산 천지 그림은 여전하다.

이 가게도 담배 간판만 남아 있다.

전기, 전화, 유선방송에다 가로등, 이정표 까지
한 전봇대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다 있다
숱한 먼데 사연들이 오고 갔을 전봇대가 피곤해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신문화의 길이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전깃줄을 뚫고
깨진 유리가 박힌 담을 넘어 가야 할 만큼 멀어 보인다.

지붕위로 불쑥 나와 버린 굴뚝이 재미있다.

연탄재도 있고

이젠 음용수로서 역할을 못하고
민방위 비상급수 시설이란다.

 

옥상에 널린 빨래
옥상이 좁아 운동화는 이웃 집 지붕으로 갔다.
좁은 공간 활용이 눈물겹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집에서 나오신 할머니께서
다리가 아프시다면 서 몇 발자국 가선 쉬고 하면서 나들이를 하신다.
할머니 어깨에 무거운 삶의 고단함이 보여 안쓰럽다

뚱딴지 같이 골목에 홀로 펄럭이는 태극기
저녁 햇살을 받아 빛난다.

6.25 참전 국가 유공자의 집
태극기가 걸린 골목 끝에 쯤에 있는 대문에 있다.
옛날엔 흔히 봤던 것인데 오랜만에 본다.
편지함은 거꾸로 해놔서 비오면 반가운 소식이 다 졌을 것 같다.

대전역 지하 통로
화려한 지하철역을 나서자마자 나타나는 을씨년스런 지하도 무척 대조적이다.
만든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고풍(?)스럽게 만들어 놓다니 재주가 좋다.
마치 현대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통로 같다.
쌓인 먼지가 모두 새까만 자동차 매연인 것 같아
이곳에 공기가 내 폐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줄것 같아 겁난다

 

재주 좋은사람들이 또 있다.
희미한 전등불빛에 비치는 벽에 무수한 발자국들
발도장으로 벽화를 그린 화가들은 누구일까?
이 지하도엔 화가들만 다니는 길인가 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불교공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공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불교공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불교공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