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불교공뉴스-문화] 온 세상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옛 것들은 모두 치워 내고 새롭게 재개발을 해 옛 것을 찾기 어려운데
옛날 옛적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곳이 대전에 있다.

좁고 후미지고 막다른 골목들
어렸을 적 어느 날을 그대로 정지시켜 놓은 듯한
금방이라도 동무들이 뛰어나와
시끌벅적 동그란 마음들이 뛰어 놀 것 같아 정감이 간다.

조금은 지저분하고 가난에 찌든 듯도 하지만
이곳에서 들려오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들은
너무 정겹고 다정스러워 그냥 푹 빠져들고 싶어진다.
나의 어릴 적에 살던 골목 같아 고향에 온 듯한 느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많이 들락거렸을 법한 점집
우리 어머니들은 절집에 가서 희망을 듣고 싶어했다.
마치 미래의 희망을 높다랗게 걸어놓은 듯
가난한 중생들의 높은 이상이 허리가 굽은 채 펄럭인다.

집이 좁아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마루도 좋고 심지어는 부엌 바닥에 자리 깔고 자기도 했었다.
자전거 들여 놀 곳도 없어 골목에 세워 놔도
누가 집어가지 않는 그런 골목길

눈깔사탕하나 사먹으려면 며칠을 벼르고 별러
어머니한테 겨우 동전 한 닢 얻어 사먹으러 갔던 구멍가게
이젠 신식 가게에 밀려 문 닫은 지 오래인가보다.

적막함 속에 묻혀있는 옛날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들어본다.
문득 떠오르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
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날 따스한 날엔 저 의자에 나와 앉아
오손도손 살아온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고

아~ 언제 적 금성이던가?
  재개발이 빠트려 놓았는가?
미쳐 손이 미치지 못해 빠트렸는가?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난도질당하고
자물쇠 까지 잠가 놓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옛 추억에만 젖기엔 너무 을씨년스럽다.

집안에 있어야할 그림들이 어찌 밖으로 나왔을까?
그래도 난초의 그림이 멋들어지고
백두산 천지 그림은 여전하다.

이 가게도 담배 간판만 남아 있다.

전기, 전화, 유선방송에다 가로등, 이정표 까지
한 전봇대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다 있다
숱한 먼데 사연들이 오고 갔을 전봇대가 피곤해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신문화의 길이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전깃줄을 뚫고
깨진 유리가 박힌 담을 넘어 가야 할 만큼 멀어 보인다.

지붕위로 불쑥 나와 버린 굴뚝이 재미있다.

연탄재도 있고

이젠 음용수로서 역할을 못하고
민방위 비상급수 시설이란다.

 

옥상에 널린 빨래
옥상이 좁아 운동화는 이웃 집 지붕으로 갔다.
좁은 공간 활용이 눈물겹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집에서 나오신 할머니께서
다리가 아프시다면 서 몇 발자국 가선 쉬고 하면서 나들이를 하신다.
할머니 어깨에 무거운 삶의 고단함이 보여 안쓰럽다

뚱딴지 같이 골목에 홀로 펄럭이는 태극기
저녁 햇살을 받아 빛난다.

6.25 참전 국가 유공자의 집
태극기가 걸린 골목 끝에 쯤에 있는 대문에 있다.
옛날엔 흔히 봤던 것인데 오랜만에 본다.
편지함은 거꾸로 해놔서 비오면 반가운 소식이 다 졌을 것 같다.

대전역 지하 통로
화려한 지하철역을 나서자마자 나타나는 을씨년스런 지하도 무척 대조적이다.
만든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고풍(?)스럽게 만들어 놓다니 재주가 좋다.
마치 현대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통로 같다.
쌓인 먼지가 모두 새까만 자동차 매연인 것 같아
이곳에 공기가 내 폐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줄것 같아 겁난다

 

재주 좋은사람들이 또 있다.
희미한 전등불빛에 비치는 벽에 무수한 발자국들
발도장으로 벽화를 그린 화가들은 누구일까?
이 지하도엔 화가들만 다니는 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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