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계곡에서

[불교공뉴스-문화] 갑사계곡엘 갔었다. 신록이 우거지는 계곡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오월의 숲은 마치 갓난아기 손 같은 보드라움이 있어 좋다.

꼬옥 짜면 연녹색 물이 쪼르륵 흐를 것 같다. 며칠 전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아주 맑고 정겹다. 또 산새들도 신록을 만끽하려는 듯 이가지 저가지 날아다니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한발 한발 그 싱그럽고 청아함속에 한없이 빨려 들어가 숲과 하나가 되니 내 마음 또한 연녹색으로 물든다. 원래 춘 마곡 추 갑사라 한다지만 춘 갑사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서서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내 가슴 속까지 온통 맑아지는 느낌이 참 좋다. 갑사 입구에 서있는 사천왕상의 무서운 얼굴도 오늘은 웃고 있는 것 같다. 한발 한발 내 디딜 때 마다 풍겨오는 신록의 내음, 내 어찌 이 계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고개 들어 위를 쳐다보니 연약한 나뭇잎들이 실바람에 보드랍게 한들거리며 방긋 방긋 미소의 손을 들어 흔들어 준다. 그냥 바라만 보고 듣고 느끼며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끝없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 동안 세파에 찌든 마음과 몸이 싱그럽게 맑아져 옴을 느낀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