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네팔 타라이 지방에‘룸민데이(Rummindei)’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2600여 년 동안 위대한 역사를 정글 속에 묻어둔 채, 그 고장 사람들로 인해 가까스로 지켜져 온 이곳에서 아주 오래 전 인도대륙을 통일했던 아쇼카 대왕이 세운 돌기둥 석주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석주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붓다 석가모니께서 탄생하셨다.” 바로 이곳이 ‘룸비니’ 동산이었으며, 부처님께서 이 땅에 강림하셨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이제서야 그 자취가 드러났지만 부처님의 법신(法身)과 가르침은 영축산에서 사라진 바 없으며, 또한 사라쌍수 아래서도 유유히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서건(西乾)과 동진(東震)을 거쳐 이곳 대한민국에서 불기 2555년 사월초파일 부처님의 오신 날을 우리가 함께 봉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끝없는 구도의 여정을 한 편의 영화로 보여주셨습니다. 인간으로의 탄생이 오욕의 향락을 위함이 아니라 만 중생을 편안케 하기 위하심을 온 세상에 선언하시고, 사방의 일곱 걸음으로 두루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할 것을 보이시며 이곳 인고(忍苦)의 땅에 태어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보이신 마지막 종착지는 ‘열반’이었습니다. 자그마치 수 백 겁에 걸쳐 이어진 전생 이야기와 이 땅에서의 80년의 인연 동안 낱낱이 현현하신 행적과 역사적 가르침은 바로 이러한 ‘열반’이라는 제목의 한편의 드라마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 중생의 지견(知見)을 열고자 하셨고, 보이셨으며, 깨달아, 그 자리에 들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보이신 지견은 우리가 본래 부처였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본래 生∙老∙病∙死가 없는 것이며, 고통도 없고 열반도 없으며, 그 주체자인 중생도 부처도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구속과 종속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그 해방이 미세한 모든 생명까지도 한 치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 바로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에게 보이신 위 없는 깨달음이자 지극히 올바르고 평등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계는 이제 우리에게 영원한 상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특히 인류가 대립하고 갈등하며 번민할 때 이 희망의 전언은 우리의 여민 가슴에 따사롭고 향기로운 전당의 향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오늘도 변함없이 저 멀리 인도 룸비니 동산에서 날아온 봄소식에 동서가 함께, 모든 생명이 함께, 그리고 저 또한 함께 기뻐하며 두 손 모아 합장합니다.
불기 2555년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심을 다시금 봉축하며, 세상의 모든 중생, 모든 부처님의 생일을 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불기 2555년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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