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진순녀 보은읍 생활개선회장

 

우리는 봉사라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으며 보람과 기쁨이란 보너스를 선물 받는다. 또한 그를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인간애와 끝없는 삶의 소통의 에너지를 부여받는다. 오래 전 감당할 수 없을 만치 아팠던 자식을 잃은 마음을 대신해 이웃의 경로당 노인들에서부터 노인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사랑을 실천해온 한 사람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20여 년을 하루같이 이웃을 위한 무한봉사로 무거웠던 삶의 무게를 지탱해온 보은읍 생활개선회장인 진순녀(65·보은읍 장신1구 40-5)씨다. 〈편집자 주〉

◇봉사의 첫 입문은 삶의 고통 극복하려 시작한 것

그가 가족이나 이웃으로부터 그동안 흔히 들어 왔던 말이 ‘몸이 그렇게 아픈데 일은 왜 하느냐?’였다고.
“나이가 들어가니 육신도 함께 말도 잘 안 듣고 허리를 비롯 저녁에는 온 몸이 아픈 곳 투성인데 다음 날 또 일 나간다고 하니 처음엔 가족과 이웃들이 말리는 말로 그런 말들을 했어요. 작년엔 몸이 아파 쓰러지기까지 해서 맡았던 직책도 벗어놨어요. 그러나 내겐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봉사를 통해 마음에 간직해온 슬픔을 위로받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봉사는 생명의 은인이죠. 일을 나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 없어요. 지금은 반대로 가족들이 내가 좀 아플라 치면 오히려 일 안 나가느냐고 되묻는 상황이 됐는 걸요.”

◇25년 전 가슴에 묻은 자식위해 ‘은종장학회’ 설립

꿈에도 잊을 수 없었던 그날의 아픔 기억을 그는 조심스레 꺼내 놨다. 그동안 억지를 쓰며 일을 해온 것에 대한 주변의 작은 편견마저도 없애기 위한 마음의 배려에서였을 것이다.
“아들이 9세 되던 해 물 사고로 잃었어요. 부모로서 너무나 허망했고 우리는 그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어요. 아들에게 매일 용돈 주는 개념의 작은 선물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남편의 이름을 따서 삼산초등학교(당시 김응복 교장)에 ‘은종장학회’를 만들었지요. 한 25년 쯤 될 겁니다. 금액이야 얼마 안 되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한 두 명이라도 학비를 주어 매년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던 뜻에서 시작이 된 겁니다.”

◇수한면 발산리 출신 남편 30년 무사고 모범택시기사

“남편 자랑도 팔불출이라지만 30년 이상 개인택시를 몰았지만 무사고 기록을 낸 남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모범택시를 하는 남편도 봉사와는 무관치는 않지요. 남편은 연송적십자회원이며 부회장으로 활동하다 이제는 고문으로 있지요. 제가 순전히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외조 덕에 이렇게 집에 하루도 안 붙어있고 밖에 나와 다니니까요. 남편이 인근에 일 있을 때마다 저를 많이 태워다 주곤 하지요.”

◇읍 생활개선회·군 자원봉사 등 단체봉사 20여 년 세월

그가 회장으로 있는 읍 생활 개선회 회원들이 현재 97명이다. 이 단체는 벼농사, 대추, 사과, 한우농가 등을 대상으로 농촌지도소에서 강사를 초빙해 기술교육을 통한 농촌개선사업외에 41명의 향토요리반을 구성, 향토음식 개발연구는 물론 고유음식을 만들어 음식전시, 시연회를 갖는 등 음식을 통해 회원 간 교류를 갖고 있다.
“지금은 군 회장으로 승격하신 박순득 회장님을 모시고 부회장으로서 열심히 노력 봉사해온 세월이 벌써 20여 년이네요. 우리 회원들은 그동안 구제역으로 인해 미뤄왔던 행사 중 하나인 떡 만들어 주기 행사로 지난달 31일 연시총회에서 십시일반 회원들이 모은 쌀 200kg으로 절편을 만들어 산성리 외 39개 마을 경로당 등에 전달했어요. 무척 좋아들 하시더군요.”

◇봉사하다 가족처럼 만났던 어르신들과의 추억 많아

단체봉사라면 그는 18년 전 보은군자원봉사단체 생길 때부터 시작 했고 적십자부녀봉사회, 노인장애인복지관 개관 이전부터 반찬 만들기주기 봉사, 민족통일협의회보은군지부 13년, 새마을부녀회장 13년, 생활개선회 17년 등의 남다른 부지런한 봉사의 이력이 쌓여 있다.
“1주일에 한번 씩 바깥수정리, 안수정리, 장신리 등 자원봉사로 맺어진 3명의 어르신들에게 반찬 만들어주기로 알게 된 분들 중 80세의 어느 한 분은 홀로 사시다 병세가 위중해져 딸 집으로 가셨는데 그분과는 한 가족처럼 정이 새록새록 들었지요. 하물며 우리 아이들도 친 할머니로 알고 지낼 만큼이었어요. 또 한 분 중 눈이 안보이는 매화리 할머니는 반찬 만들어 갖다드리고 집안청소 도와주며 정이 들었는데 그만 3년 전에 작고하셨지요.”

◇수정암에서 치성 드려 얻은 막내딸 보며 마음 위로

가족으로 남편 최은종(65)씨와 큰아들 영원(38) 둘째아들 영선(33) 막내딸 영희(27)씨를 두고 있다.
진 회장은 “아들 잃고 나서 속리산 수정암에서 49제 올리며 치성 드린 후 얻은 막내 딸을 보며 인생의 위로를 받고 살고 있다.”며 “딸도 현재 참솔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봉사야 말로 아이들에게 산교육이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내가 하는 일을 어렵더라도 이해해주어 그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내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려울 때 문득 아프고 힘든 어르신들을 보고 있자면 바로 저 모습이 나중의 내 모습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금방 풀어지고 힘이 솟는 것을 느끼죠. 남편하고는 함께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정례적으로 보은군자원봉사센터 산하 ‘환상의 커플’부부봉사단에 들어 독거노인을 위한 목욕봉사와 점심식사 대접을 해드리고 옵니다.”

◇봉사 인생이 가장 즐거운 인생이라는 것 재삼 느껴

“허리가 너무 아프네.”라며 허리에 절로 손이 가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봉사는 그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생의 인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지금도 “조금 더 일찍 봉사에 뛰어들었다면...”하는 회한이 느껴진다는 그의 말 속에 역시 봉사는 행복으로 가는 단초가 됨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천성남 기자

사진설명: 어느 해 어버이날을 기념해 진 회장 가족이 반찬 만들어주기 자원봉사로 가족 같은 인연을 맺었던 한 어르신(우측 세 번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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