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환(회인면 죽암리 새마을부녀회장)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무늬는 제각기 다르게 마련이다.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며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만을 위해 타인에게 온갖 피해를 주며 당연히 사는 사람들도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며 아무런 대가없이 타인을 배려하며 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12년 째 ‘마을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임’을 깨달으며 새마을 정신으로 ‘너도 나도 잘 사는 마을’을 목표로 삶을 무장해 가는 금강유역 환경지킴이자 새마을부녀회장인 마을의 감초 김숙환(49·보은군 회인면 죽암리83)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어려웠던 어린 시절, 시련 딛고 동생들 뒷바라지

회북면은 그가 나고 자란 출생지다. 4남매 중 객지생활을 한 언니를 제외하고 둘째딸로서 장손 가정에서 어린 동생들을 도맡아 키우며 제사까지 떠맡아야 했던 그였다.
“지금도 동생들이 그 때 일을 기억하고 항상 고마워하여 우애가 너무 좋아요. 물론 시집올 때부터 지금까지 80대 중반 시부모님과 함께 정을 나누며 살고 있고 우애 좋기론 시댁 식구들도 마찬가지죠. 이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 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일찌감치 우리 곁을 떠난 어머니 탓에 저는 중학교도 다 못 마쳤어요. 짧은 학력이지만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음은 제가 늘 행복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부모님 같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2000년 부녀회장 맡으며 ‘잘살아 보세’ 통장 개설

죽암리 마을은 모두 23가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행복한 마을이다. 몇 년 전에는 ‘범죄 없는 마을’로 뽑혔을 정도로 서로를 위하며 사는 동네로 정평이 나있단다.
“처음 제가 새마을부녀회장이 되면서 중앙교육원으로 2박3일간의 교육일정을 다녀왔어요. 교육을 받고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동네 어른들이 농사지어 번 돈이나 나물을 뜯어 판 돈 등을 무계획하게 장롱은행에 넣어두고 쓰시는 것을 알았어요. 저도 그렇지만 마을사람들이 모두가 재테크를 잘해서 잘사는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기더라고요. 어느 날 부녀회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 같이 푼돈을 모아 적금을 들자’는 제안을 했어요. 23가구 중 3가구를 제외하곤 모두 찬성해 주셨어요. 형편에 따라 5천원에서 2만원까지 매월 15일이면 적금통장에 돈을 넣었어요. 구정 무렵인가 1년 만기 적금 찾는 날, 홍합도 사고 보리밥도 해 부녀회에서 잔치를 열고이자 정도는 각자에게 나눠주었어요. 너무들 좋아하셨죠. 이후에는 농협에서 협조를 해주셔서 각기 통장을 개설해 지금은 모두들 1천만~2천만 원 정도 합쳐 1억 원 정도 운용되는 저축으로 부자 마을이 된 거지요.”

◇어렵지만 부자인 동네 적금 넣기 위해 소일 찾아

“농촌마을이지만 마음만은 어느 마을 못잖은 부자 동네죠. 요즘엔 동네 분들이 적금을 넣기 위해서라면 홑잎도 뜯어 팔고 다래 순 채취하고 산뽕나무 등 조금 있으면 고사리, 묵나물 등을 뜯어 말려 돈 될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소일거리를 찾아 나섭니다. 매월 28일이면 꼭 10만 원씩의 적금을 내지요. 10만 원씩이 정 어려우면 제가 타는 봉급으로 대납하겠다는 각오로 하니까 못 내시는 분들이 하나도 없어요. 그렇다보니 어르신들 건강도 좋아지고 손자 손녀 자식들에게 오히려 돈을 주시는 형편이 돼 대우 받으며 살고들 계시죠. 어떤 분은 자식이 미국 간다고 100만원을 선뜻 주시는 걸 보니 그렇게 마음이 흐뭇할 수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르신들 모시기 어렵다 하지만 저 같으면 어른들이 안계시면 아무런 일을 할 수 없거든요. 무조건 우리 동네 어른들 건강하고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죠.”

◇이장님과 짝짜꿍 봄 되면 어르신들 함께 여행나들이

죽암리의 홍창식(52) 이장은 젊은 이장이다. 벌써 10년 째 남편의 바통을 이어 마을 일을 보고 있다.
죽이 너무 잘 맞아서 “우리 이장님 칭찬 좀 해주세요.”라며 애교를 부리는 그의 웃음 속에는 어려운 시절이지만 너무도 행복한 마을 속의 느낌이 봄처럼 완연하다.
“지난달 25일에는 인천 월미도로 노인회장, 이장을 비롯하여 동네 어른들 25명이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해마다 다녀오는 여행이지만 이번만은 정말 잘 다녀오셨다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앞으로는 ‘평생 제주도 한번 못 가봤다’는 어르신 한을 풀어드리려 내년에는 한 사람 당 35만원의 적금을 들어 다녀오려 합니다. 사실 이번에도 회인농협의 정옥상 부녀과장님의 배려로 미리 대출을 해주셔서 다녀왔거든요. 만기되는 28일엔 적금을 타 우선 대출금을 갚고 이자와 원금은 나눠 드리는 거죠.”

◇남편과 2남2녀 둔 다복한 가정의 아내로 기쁨 만끽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충주로 건축 일을 떠난 두 달에 한 번 만나는 기러기 남편 유만형(55·건축기술자)씨와 큰 딸 선애(27·청주신협 근무), 둘째딸 은애(25·충청전문대 졸업 헤어디자이너), 큰 아들 승현(22·충청항공대 재학 중 공군 군 입대 중), 막내 승민(회인중 3년)을 두고 있는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다.
“남편이 마늘, 대추 같은 농사일을 하다가 지금은 건축 일을 하고 있지만 농번기에는 3일 정도 휴가 내어 기계 일을 도와주러 오곤 합니다. 벌써 2년이 다되어 가요. 무슨 일이든 빈틈없이 일을 해내는 남편은 건축일도 잘해 작업반장이라네요.”

◇경로당 이불과 마을 수도 보수공사, 무릎마사지기 ‘절실’

마을 일을 꼭 내일처럼 챙겨 마치 부녀회장이 꼭 천직인 것처럼 그는 또한 원함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것뿐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동네 경로당에 이불과 베개가 없어요. 날씨가 쌀쌀 할 때는 이불을 덮고 놀면 좋은데...또한 마을 상수도가 물이 잘 나오지 않아 그것이 고민이죠. 어쩔 때는 이틀 씩 물이 나오지 않아 얼마나 불편해들 하시는지 몰라요. 수년 전부터 물이 달려 마을사람들끼리 오전에는 물을 아껴 쓰고 물을 많이 쓰는 저녁에 쓰자고 합의를 보면서 살고 있지요. 불편해도 서로를 위하니까 그리 큰 불편은 느끼지 않지만 그래도 원함이 있다면 수돗물이 잘나오게 되는 거죠. 그리고 마을 경로당에 그 흔한 무릎마사지 기계가 없어 무릎이 몹시 아픈 어르신들은 마사지 기계가 간절하신 눈치입니다.”
보은신문 회인면 명예기자이기도 한 그는 언제나 금강환경지킴이로서, 새마을부녀회장으로서 타고난 천직처럼 느껴졌다.
어떤 것이든 마을을 위해, 어르신들을 위해 안위를 걱정하는 그의 예쁜 마음씨가 행복을 만들어내는 원천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보은신문사 천성남 기자 / 불교공뉴스 혜철스님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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