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다시아는 어여쁜 여고생이예요. 얼굴도 예쁘장하고 말씨도 상냥하여서 친구들도 많이 따르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요. 그런데 단 하나의 문제가 아나다시아를 은근히 괴롭히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만 들어간다면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라고 걱정 근심하던 아나다시아는 과외도 받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학에 무난히 입학했지요.
한동안 그녀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각종 취미 활동에 참여하고 미팅도 나가곤 하며 대학의 낭만과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러나 곧 또 하나의 바램이 그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으로 다가오는 고통이 침범하게 된 것이지요. “백마를 탄 왕자 같은 남자만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어여쁜 공주, 그대는 의젓한 왕자! 아, 얼마나 황홀할까?
그래도 아나다시아는 운 좋은 여자인 것 같습니다.
또 그녀의 바램대로 되었구요. 학력 좋고 성실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자를 만났지요. 남편과 함께 달콤한 신혼을 즐기며 아름다운 미래도 설계했지요.
그러나 이 새로운 기쁨 역시 잠시 뿐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내게 되고, 집값, 물가 등이 태산과 같이 치솟고 돈과 능력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자기 친구들을 보니 또 다른 걱정이 생긴 것이지요. “조퇴, 명퇴, 정리해고의 시기이지만 남편만 무사히 잘 승진한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텐데!”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자신이 불황을 틈타서 심심풀이로 투자한 주식까지 잘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한층 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식들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옛날에 자신이 몸소 고민했던 문제들이지요.
“아들이 S 대학만 합격한다면....?”
“딸이 좋은 사위를 만나서 나은 집에 시집만 보낸다면......?”
이제 황혼길에 접어든 아나다시아 할머니, 그래도 모든 바램과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손자만 잘 커준다면......?”
어제는 할아버지가 다 된 남편과 함께 등산을 했답니다.
산 밑 저 멀리서 바라보았을 땐 분명 뭉게뭉게 구름이 산 위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아나다시아 할머니는 산 위에 올라 그 구름을 한 번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산위에 올라보니 구름은 온데 간데 없고 만질 수도 없었습니다. 아나다시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산 정상에 나란히 앉아 지난 과거를 되돌아 봅니다. 아나다시아 할머니는 이제 무언가 소중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영감, 난 이제껏 결코 잡히지 않는 구름과 바람을 잡으려고 헛된 세월을 많이 소비해 왔구려, 나는 오늘 잡히지 않는 구름을 보고 소중한 사실을 깨달았오. 미래의 작은 꿈과 바램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그것에 너무 집착하면 현실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이란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요.”
“영감, 난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허황된 꿈이나 지난 과거의 아쉬움과 작별할 작정이예요. 더 이상 .....만 가졌으면 하는 ‘만’자를 절대로 쓰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내가 처한 현실의 작은 고마움에 깊이 감사하고 만족하는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아직 살아 있는 당신, 따뜻한 집, 예쁜 손자와 손녀들....
이런 작은 기쁨들이 많이 모이면 큰 행복이 되지 않겠어요?
알고 보면 우린 지금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아요.“

잘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님을 이제사 늙은 나이에 깨닫습니다. 사람들은 잘 사는 것보다 행복한 것을 더 추구하는데 저는 지금까지 행복한 것 보다 잘사는 것을 더 추구해 왔습니다. 행복한 것 보다 잘사는 것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많은 심적 고통을 않고 살아왔지요. 그러다보니 지금에 와서 잘살지는 못했어도 행복했던 추억을 돌이켜보며 그리워하게 되는가 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행복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하고, 잘 사는 것은 그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수단과 목적이 바뀔 때 잘 사는 것을 목적으로 살아 간다면 타인의 행복을 불행으로 만들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불행해지는 것은 나도 남처럼 잘 살았으면 하는 집착 때문이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영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들탐진치 "삼독" 아울러 돈, 권력, 명예, 힘에 매여 그것을 얻으려 싸우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집착하고 있을 때 그때야 말로 나 홀로 하느님(절대자, 신) 안에서, 내가 가진 헛된 것을 버리려는 마음을 가질 때라는 것입니다.
정말 행복해 지는 방법은 잘살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그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느끼는 마음상태입니다. 행복만을 누려서는 안되고 또 불행만을 겪어서는 안되죠. 이 행복과 불행 모두를 누려야 삶의 의미가 깊어지게 됩니다.
행복감이 솟을때는 고급 식당에서 격식을 차리며 정식을 먹는 듯이 맞이 하고 불행이 찾아 올 때는 개울물을 맨손으로 떠 마시듯이 맞으면 되는 것이리라는 마음이 듭니다. 화려한 유리컵에 부은 물이나, 손바닥에 받쳐있는 물이나 물을 물이고 산해진미로 혀를 즐겁게 하는 것이나, 주린 배를 한 껏 채우는 것이나 꿀맛을 매한가지임을 알 때 삶이 풍요로와 질 것입니다.
행복과 불행중에 행복만을 얻으려 할 때 불행이 더 빨리 내 곁에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행복은 행복과 불행모두를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진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신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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